
최근 몇 년 새 한국에 북유럽 신드롬이 일고 있다. 복지정책에서부터 교육, 삶의 방식까지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을 추구하고자 한다. '저녁이 있는 삶'을 꿈꾸는 20~30대 젊은이들은 가장 이민 가고 싶은 곳으로 북유럽을 꼽는다.
심지어 유모차마저 북유럽이 대세인데 정작 자동차만은 한동안 이 거대한 흐름에서 비껴가 있었다. 독일 등 서유럽 브랜드들이 국내 수입차 시장을 싹쓸이 하다시피 하는 동안 북유럽이 자랑하는 볼보(스웨덴)는 아직 상대적으로 외곽에 빠진 실정이다.
가혹한 자연 환경에서 태어난 만큼 안전하고 내구성 좋은 차량이라는 인식은 높았지만 디자인에 깐깐한 한국 소비자들에겐 친숙하지 않았다. 화려하게 꾸민 젊은이보다는 '우직한 아저씨' 이미지가 먼저 떠올랐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제 볼보에도 변화의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새 주인(중국 지리자동차)의 막대한 투자를 통해 볼보의 디자인은 점차 날렵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가꿔지고 있다. 실제 올 들어 8월까지 판매량도 전년 동기에 비해 50% 이상 늘었다.
더욱이 국내에서 아웃도어 붐이 일어나는 등 북유럽 라이프스타일을 닮아 가는 점도 볼보에겐 호재로 작용한다. "SUV를 사고는 싶은데 정작 대부분의 시간은 도심 아스팔트 위에서 보내니 망설여진다"는 게 다수 한국 소비자들의 고민이다. '여가 선진국'에서 커 온 볼보는 이미 한참 앞서 이 고민을 겪었고 해결책으로 내놓은 게 바로 '크로스컨트리'다.
크로스컨트리란 기존 세단과 해치백, 왜건을 기반으로 하면서 SUV처럼 오프로드 주행이 가능하도록 차체 설계와 디자인을 개선한 제품이다. 이달 출시된 볼보 크로스컨트리 V60는 거친 도로 주행을 위해 기존 왜건형 V60보다 지상고를 65mm 높였지만 전고는 1545mm로 일반 SUV보다 낮춰 승하차가 쉽고 슬림해 보인다.
지난 8일 직접 크로스컨트리 V60(D4모델)을 시승했다. 가평 아난티클럽에서 출발해 해발 800m의 유명산을 향해 올라갔다. 포장된 국도와 경사가 급한 고갯길, 거친 비포장도로가 두루 구성돼 왜건과 SUV로서의 특성을 한꺼번에 파악하기 좋았다.
결론적으로 이 차는 마치 북유럽에서 온 카멜레온과 같았다. 국도에서는 페달을 밟자 잡음 없이 부드럽게 속도를 올리며 일반 왜건에 탄 듯 편안한 느낌을 줬다. 산으로 접어들어 구불구불한 고갯길의 체감 기울기가 60~70도에 달했지만 SUV 같은 우직한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잠시 멈췄다가 다시 움직였는데 성인 남성 3명이 탑승한 차는 뒤로 밀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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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덩이가 패고 돌덩이가 무성한 좁은 비포장도로로 진입했다. 차 하나 간신히 지나갈만한 길을 좌우로 거칠게 몰아붙였지만 몸에 다가오는 충격은 크지 않았다. 이 차에 적용된 스프레드 레더 시트에서 흡수되는 듯 했다. 울퉁불퉁한 노면 상태였지만 안정적이고 균형 있는 움직임을 보였다. 온로드-오프로드 어느 상황에서나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올-로드(all-road) 플레이어'였던 셈이다. 다음 달에는 세단 모델인 S60를 기반으로 한 크로스컨트리 모델까지 선보일 예정이다. 크로스컨트리 시리즈가 과연 자동차 업계에 다시 북유럽 신드롬을 몰고 올 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