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올림, 누구를 위한 공익법인인가?

반올림, 누구를 위한 공익법인인가?

강기택 기자
2015.10.20 18:40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가 지난 7일부터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자체적인 보상 활동을 하겠다며 가족대책위원회와 보상위원회를 꾸린 것에 대한 반발이다.

삼성전자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가 지난 7월 23일 내놓은 권고안에 따라 1000억원을 출연하면서 ‘공익법인 설립’을 제외한 원안을 대부분 수용했다.

반면 반올림은 이같은 삼성전자의 행보에 반대하며 권고안대로 제3의 독립기구인 ‘공익법인' 설립을 주장하고 있다.

기부금과 별도로 삼성전자 순이익의 0.05%를 공익법인에 기부하는 등 총 15개 항목의 수정권고안도 조정위에 냈다.

조정위의 권고안에 따르면 공익법인의 발기인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대, 참여연대 등과 대한변호사협회, 한국법학교수회, 한국산업보건학회, 한국안전학회, 대한직업환경의학회 등으로부터 각 1인을 추천받아 발기인으로 선정된다.

발기인에는 공익기금에서 합당한 보수가 지급되어야 하고 발기인 전원은 공익법인의 이사가 돼 이사회를 구성하게 된다. 상근 임직원과 ‘옴부즈만(감시인)’도 둘 수 있다.

1000억원 중 최대 300억원까지 공익법인 운영자금과 보상 외의 공익 사업자금에, 700억원은 보상에 쓰인다. 공익기금이 모자라면 반도체협회에 추가 기금조성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게 권고안이었다.

반올림은 이 추가 기금 조성 대신 ‘삼성전자가 전년도 순이익의 0.05%를 공익법인에 기부한다’는 수정안을 조정위에 요청했다.

이대로라면, 어떤 합리적 산출 근거도 없어 보이는 1000억원이라는 돈을 삼성전자가 내고, 권고위 표현대로 ‘우리 사회를 대표하는’ 경실련, 참여연대 등과 일부 학회로부터 추천받은 이사들로 구성된 공익법인이 탄생한다.

기금이 떨어질 경우에 대비해 삼성전자는 매년 순익 중 일정 부분을 떼어 내 ‘지속가능성’을 보장해 줘야 한다.

반올림이 협상력이 열악한 피해자와 그 가족을 돕고 삼성전자 각 사업장에서의 건강 문제를 환기시키는 등 긍정적 기여를 한 부분은 분명 있을 터이다.

그렇다고 해도 마치 공익재단을 '시민사회운동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쯤으로 여기는시도는 곤란하다.

기업에 빗대자면, 반올림은 ‘납입자본금 1000억원, 연간 순익 약 120억원(삼성전자 2014년 순익의 0.05%)인 법인을 세우고 그 경영권과 합당한 보수를 받는 이사 자리 7개’를 시민사회단체 등에 내놓으라 하고 있다.

이게 사회적으로 합의될 수 있는 상식이고 정의라고 할 수 있는가, 반올림은 먼저 자문자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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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택 기자

비즈니스 저널리즘의 최고 경지, 머니투데이의 일원임을 자랑스레 여깁니다. 독창적이고, 통찰력 넘치는 기사로 독자들과 마주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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