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잇따라 놓치는 해양플랜트, 자동화가 변수

[MT리포트]잇따라 놓치는 해양플랜트, 자동화가 변수

한민선 기자
2018.05.09 16:33

[한국 조선 부활의 조건]④유연한 노동 무장한 싱가포르 부상…고용구조 개선 및 자동화 대응 필요

[편집자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조선업이 10년 불황의 터널 끝에 섰다. 수십개의 중소형 조선소가 문을 닫고 거제와 군산 등에서는 수만명이 일자리를 잃은 뒤다. 회복 조짐을 보이는 한국 조선업 부활의 조건을 들여다봤다.

해양플랜트는 한국 조선산업의 아픈 손가락이다. 일단 수주하면 조 단위 매출을 낼 수 있어 '빅3' 모두 해당 사업부의 덩치를 키워 전 세계 일감을 빨아들였지만 2014년 저유가가 시작되자 인도가 지연되며 수천억~수조원대 적자를 남겼다.

이제 유가 회복과 함께 알짜 사업만 손댄다는 '선별수주'에 나서지만 또 다른 걸림돌이 생겼다. 노동시장 유연성으로 가격경쟁력을 키운 싱가포르의 부상이다.

지난해 말 북해 유전 요한카스트버그에 투입할 해양플랜트 수주전에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이 일제히 고배를 마신 것이 상징적이다. 한국 조선사를 제치고 일감을 따 간 곳은 싱가포르 조선사 셈코프마린. 글로벌 수주전에서 한국이 싱가포르에 밀린 것은 전례가 없었다.

조선업계는 부랴부랴 배경 파악에 나섰다. 싱가포르의 유연한 노동시장이 거론됐다. 싱가포르는 한국과 달리 최저임금제가 없고, 순수하게 고용주와 노동자의 계약으로 임금이 정해진다.

셈코프마린 생산직도 대부분 인건비가 싼 인도와 파키스탄 출신이다. 최저임금제가 없어 모국의 인건비에 약간의 웃돈만 얹어주면 싱가포르 국민 임금보다 훨씬 저렴하게 인력을 동원할 수 있다.

싱가포르는 강성 노조도 없다.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가 60~70년대 노조의 불법 파업이 기승을 벌이자 강경한 법 집행으로 강성 노조를 사실상 없앴다. 한국 조선소들로서는 원가 경쟁력을 따라잡기가 힘들다.

싱가포르의 부상은 중국의 도약만으로도 버거웠던 한국 조선소에 가시밭길을 예고한다. 중국의 경쟁력도 우리보다 상대적으로 값싼 인건비다. 한국 조선소들은 지난 3월 영국 석유회사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이 아프리카 또르뚜 가스전 개발에 투입하기 위해 발주한 해양플랜트 수주전도 중국·프랑스 컨소시엄에 내준 상태다.

업계에서는 원가 경쟁력 부분에서의 해법이 마련되지 않는 한 해양플랜트 주도권을 싱가포르와 중국 등에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된다. 선박 건조보다도 노동 집약적인 해양플랜트 사업 특성상 고용여건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직 먼 일이지만, 블록 제작 및 조립 등 단순 작업은 자동화하는 것도 해법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각 조선사들은 절단, 조립, 용접 등 각 부문에서 자동화 시스템을 일부 적용·개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양플랜트 제작 자동화는 크게 운영, 설계, 생산 자동화로 나뉜다. 운영 자동화는 데이터를 활용해 일정·공급망 등 전체적인 공정을 관리하는 것이다. 설계 자동화는 해양 플랜트 제작을 위해 배관 등 일부 장비를 자동으로 설계하는 것을 일컫는다. 인건비와 가장 연관이 있는 생산 부문은 배관 용접, 용접 검사, 케이블 설치 자동화 등을 목표로 한다.

노재규 군산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인건비 절감뿐 아니라 고령 작업자 은퇴를 대비해 현재 각 조선사에서 해양 플랜트 제작을 위한 자동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자동화 기계를 운용하는 인원은 필요하지만 점진적으로 자동화가 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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