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보)

삼성전자가 미국 유전자 분석 장비 기업 '엘리먼트 바이오사이언스(이하 엘리먼트)'의 최대주주에 오르며 메드텍(medtech·의료기술)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낸다. AI(인공지능)와 모바일, 디지털 헬스 역량에 차세대 유전자 분석 기술을 더해 미래 정밀 의료 시장의 주도권 확보에 나선 것이다.
삼성전자(302,500원 ▼19,500 -6.06%)는 엘리먼트의 '시리즈 E' 투자에 참여해 1억7500만달러(약 2667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집행, 최대주주가 됐다고 10일 밝혔다. 메드텍 분야에서 데이터와 AI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가 보유한 AI 기술과 디지털 헬스, 의료기기 역량을 바탕으로 엘리먼트와 장기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측은 "빠르게 성장하는 글로벌 정밀 의료 시장의 핵심 기술을 선점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한층 강화하게 됐다"며 "엘리먼트는 차세대 유전자 시퀀싱과 멀티오믹스 생태계의 상용화를 가속화하고 글로벌 임상·진단 분야로 제품 로드맵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드텍은 삼성전자가 10년 넘게 공을 들여온 미래 사업 분야다.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은 2010년 메드텍을 '5대 신수종사업' 중 하나로 선정하며 육성을 주문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2011년 삼성메디슨 인수를 시작으로 △2024년 프랑스 AI 스타트업 소니오(Sonio) 인수 △2025년 미국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젤스(Xealth) 인수 등 관련 분야 투자와 M&A(인수·합병)를 꾸준히 확대해왔다. 특히 엘리먼트에는 2024년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데 이어 이번 추가 투자로 최대주주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공시한 '2026년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서도 "첨단 로봇과 메드텍, 전장, HVAC(냉난방공조) 등 미래 성장 분야에서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의미 있는 규모의 M&A를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번 엘리먼트 전략적 투자 역시 이같은 성장 전략의 연장선인 셈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삼성 헬스를 기반으로 'DNA 기반 맞춤형 건강관리 플랫폼' 구축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갤럭시 워치·링 등 웨어러블 기기에서 수집되는 수면·운동·심박수 데이터에 엘리먼트의 유전체 분석 정보를 결합해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엘리먼트는 업계 최고 수준인 99.99%의 정확도를 구현하면서도 비용 부담을 낮춘 'DNA 시퀀싱'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DNA 시퀀싱은 DNA를 구성하는 염기 서열을 분석해 유전적 특징과 질병 관련 변이를 찾아내는 기술이다. 엘리먼트는 2022년 중형 DNA 시퀀싱 기기 '아비티(AVITI)'를 출시한 후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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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먼트는 RNA(리보핵산)·단백질·세포 정보를 통합 분석하는 '멀티오믹스'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멀티오믹스는 질병 원인 규명과 신약 개발에 활용되는 차세대 정밀의료 핵심 분야로 꼽힌다. 기존에는 DNA·RNA·단백질을 각각 다른 장비로 분석한 뒤 결과를 통합해야 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정확도에도 한계가 있었다. 엘리먼트는 하나의 기기로 DNA·RNA·단백질은 물론 세포의 변화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동시에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현재 엘리먼트의 시퀀싱 장비는 생명공학 연구소와 연구기관, 병원 연구용으로 주로 활용되고 있고, 멀티오믹스 제품의 경우 제약사 연구개발 분야까지 활용 범위가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삼성전자의 AI와 IT(정보기술) 기술을 접목한 유전체 분석 혁신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AI 알고리즘과 데이터 처리 역량이 엘리먼트의 분석 플랫폼과 결합해 방대한 유전체 데이터의 분석 속도와 정확도를 높일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가 추진하는 모바일·AI·바이오 융합형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 구축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투자 확대를 계기로 엘리먼트와의 전략적 협력을 한층 더 공고히 하고 기술 전반의 협업을 강화해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라며 "AI 역량과 의료기기, 디지털 헬스 기술에 엘리먼트의 기술을 접목해 차세대 유전자 진단 등 새로운 사업 기회를 선점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