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사람 대신 잡초만 무성하게…황량해진 군산

[르포]사람 대신 잡초만 무성하게…황량해진 군산

군산(전북)=이건희 기자
2019.09.30 17:28

[위기의 마이너 3사]황량한 군산 산업단지 공장·원룸촌…직원 80% 떠난 협력업체도

전북 군산시 오식도동의 문닫은 식당 앞 인도에 무성하게 자란 잡초. /사진=김창현 기자
전북 군산시 오식도동의 문닫은 식당 앞 인도에 무성하게 자란 잡초. /사진=김창현 기자

자동차 공장이 떠난 빈자리는 차가웠다. 전북 군산 국가산업단지 인근 원룸촌은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사람이 다녀야 할 인도는 잡초만 무성했다. 빌라 우편함에는 찾지 않은 고지서가 수북했고, '즉시 입주 가능'이라는 안내판이 곳곳에 붙어있었다.

3년 전만 해도 자동차·조선 노동자들이 몰렸던 원룸촌이었다. 그 사이 한국GM 군산공장이 폐쇄되고, 현대중공업 조선소가 멈춰 서면서 이곳에서 먹고 자던 사람들이 떠났다.

군산 국가산업단지는 2016년 1만6103명의 고용을 창출했으나 지난 2월 기준 1만1611명 수준으로 줄었다. 4500여명이 일자리를 잃거나 옮겨야 했다.

군산시 오식도동 원룸촌 임대 안내판 모습. /사진=김창현 기자
군산시 오식도동 원룸촌 임대 안내판 모습. /사진=김창현 기자

완성차 공장이 떠난 여파로 부품업체도 멈춰섰다. '오토젠'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군산공장을 가동하지 않았다. 자물쇠가 채워진 공장 앞에는 부식돼가는 상자들만 남았다.

살아남은 자들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한국GM 1차 협력업체인 '창원금속공업'은 주·야 교대로 180명이 일했지만 이제는 30여명으로 줄었다. 한때는 구내식당도 직접 운영했지만 그럴 필요가 없게 됐다. 신차 부품 생산을 위해 마련한 맞춤형 로봇은 팔지도, 버리지도 못하는 애물단지로 남았다.

군산시에 위치한 자동차 부품업체 창원금속공업에서 사용되지 않는 로봇들 모습. /사진=김창현 기자
군산시에 위치한 자동차 부품업체 창원금속공업에서 사용되지 않는 로봇들 모습. /사진=김창현 기자

한국GM이 떠난 자리는 '명신 컨소시엄'이 채웠다. 명신은 이 공장을 전기차 생산지로 탈바꿈하기로 했다. 하지만 가동은 2021년에나 시작된다. 그나마도 중국 전기차를 위탁 생산한다.

이정권 창원금속공업 사업본부장은 "위탁 생산으로 시작하는 명신이 인근 부품업체 고용까지 바로 살리기는 어렵다"며 "자체 모델 개발은 2025년이 돼야 하는데, 그때면 인근 부품업체가 다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명신이 새로 인수한 옛 한국GM 군산공장 모습. /사진=김창현 기자
명신이 새로 인수한 옛 한국GM 군산공장 모습. /사진=김창현 기자

군산 경제도 무너지고 있다. 근로자들이 즐겨 찾던 식당이 줄줄이 문을 닫았다. 한 부품업체 근무자는 "이른바 맛집만 겨우 살아남았을 뿐 원룸, 식당은 '초토화' 상태"라고 말했다.

상가 공실률도 상당하다. 한국감정원이 밝힌 지난 2분기(4~6월) 기준 군산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25%다. 상가 4곳 중 1곳이 비어있는 셈이다.

마지막까지 영업을 하려 했던 듯 '영업중'이라는 팻말을 걸어둔 한 식당 문 옆에는 '임시 휴무합니다'는 A4 용지가 함께 붙어있었다. 버티고 버티다 멈춘 흔적이었다.

군산 오식도동 원룸촌 인근 문닫은 식당 모습. /사진=김창현 기자
군산 오식도동 원룸촌 인근 문닫은 식당 모습. /사진=김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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