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S(탄소포집저장) 사업이 다양한 지역에서 진행되지만 아직 초기단계고 냉정히 말하면 다같이 동일한 시작점에 있다. 정부의 적극성이나 제도, 인프라 구축에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기술 수준은 유사한 단계라고 볼 수 있다."
탄소중립 시대를 열기 위한 열쇠로 꼽히는 CCS 사업에 도전장을 낸 한 대기업 경영진의 말이다. 모두가 비슷한 수준이라 안심해도 된다는 말로 읽히진 않는다. 오히려 이제 막 커갈 신사업인만큼 시장 선점을 위한 눈치 싸움과 투자·기술 개발 경쟁이 물밑에서 치열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뜻으로 다가온다.
에너지 패러다임 변혁기에 고만고만한 시작점에 선 물밑 경쟁이 어디 CCS뿐일까. 수소, 이차전지, 폐자원 순환 등 곳곳에서 암투가 벌어진다. 수준이 비슷하다는 건 뛰고 있는 여건과 환경에 따라 경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정부의 지원, 제도 마련, 인프라 구축이 얼마나 빠르게 뒷받침되느냐에 따라 크게 앞지를 수도, 크게 뒤처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미국과 유럽 등이 민관 합동 인재 육성이나 펀드 조성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최근 경제 6단체장과 만나 "기업이 자유롭게 투자·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 방해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정부가 인프라를 만들어 뒤에서 돕고 기업이 앞장서 투자해 성장하는 것이 나라가 커가는 게 아니겠느냐"고도 했다.
'대기업 저승사자'로 불렸던 만큼 그동안 재계에서 윤 당선인을 바라보는 시각에 두려움이 엿보였던 게 사실이지만 적어도 이날 회동에서 윤 당선인의 발언은 그런 우려를 누그러뜨리기에 충분했다는 분석이다.
새 정부가 정식 출범한 이후 정부와 국회가 해야할 기업 경쟁력 제고 정책이 산적해 있다.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수소법 개정안은 답보 상태에 놓인 지 1년이 돼 가고 신사업 추진을 위해 손봐야 할 법제도도 많다. 기업은 이미 '된다'는 일념으로 조단위 자금을 쏟아부으며 인재를 채용하고 시설 투자에 사활을 걸었다.
새 정부 출범까지 아직 한 달 여가 더 남았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간에 꼼꼼한 제도 정비안을 검토해 윤 당선인의 약속과 의지가 실현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