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누리호가 남긴 유산과 숙제
①누리호 엔진 제작 현장 가보니

"복잡하게 보이지만 누리호 엔진 배관이 꺾이거나 구불거리는 것, 배관을 묶은 것 하나하나에 이유가 다 있습니다. 여기 2015년에 제작한 첫 번째 엔진과 누리호에 탑재되는 엔진의 배관 현상과 패널이 지금과 많이 다른 것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엔지니어들이 한 땀 한 땀 노력한 결과입니다."
지난 4월 29일 경남 창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발사체 엔진조립동은 내년 상반기 한국형발사체(KSLV-2) 누리호 3차 발사에 탑재될 엔진의 출하 준비를 위해 분주한 모습이었다. 엔지니어들은 1단과 2단에 들어가는 75톤급 엔진과 3단에 들어가는 7톤급 엔진을 막판 점검하고 있었다. 오는 15일 2차 발사를 앞둔 누리호에 들어간 액체엔진과 같은 모델이다.
액체엔진은 길이 47.2m, 무게 200톤의 3단형 우주발사체인 누리호의 '심장'으로 불린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7번째로 저궤도 위성을 쏘아올릴 수 있는 액체엔진을 개발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05년 나로호 핵심부품과 누리호 터보펌프 개발에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2012년부터 누리호 액체엔진 사업에 착수했다.
누리호 엔진은 총 6기로 구성돼있다. 1단 로켓은 75톤급 액체엔진 4기를 묶어 300톤급 추력을 내고, 2단은 75톤급 액체엔진 1기, 3단은 7톤급 액체엔진 1기가 장착된다. 이날 가장 눈길을 끈 건 커다란 75톤급 중대형엔진이다. 75톤급 엔진은 1단과 2단에 들어가는데 높이가 3m 수준인 1단보다 2단 엔진이 1m가량 더 높다. 1단 엔진은 높이 3m, 직경 1.9m 정도지만 2단 엔진은 높이 4m, 직경 2.2m 정도다.
이처럼 크기가 차이나는 이유는 2단 노즐이 1단 노즐보다 길기 때문이다. 누리호 엔진 엔지니어인 임영훈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과장은 "1단은 지상에서 불을 뿜지만 2단은 60~70km 상공에서 연소하기 때문에 공기가 희박하고 기압이 낮아 불꽃이 퍼진다"며 "불꽃이 퍼지면 추력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퍼지지 않도록 2단 노즐을 더 길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누리호 엔진 엔지니어가 자부하는 고난이도 기술은 '재생냉각' 기술이다. 누리호는 액체산소와 케로신을 연료로 쓰는데 연소할 때 온도가 3000℃ 이상까지 올라간다. 일반 금속들은 견딜 수 없는 온도다. 엔지니어들은 별도의 냉각수 없이 발사체 연료를 활용해 엔진을 냉각시키기로 했다.
임 과장은 "연료를 곧바로 연소기에 분사하지 않고 엔진 벽 속에 있는 미세관들을 통과시켜 연소실로 보내면 엔진을 식힐 수 있다"며 "케로신을 일부러 밑으로 보냈다가 엔진의 벽면을 냉각시키면서 올라오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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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에 들어가는 높이 1.9m 규모의 7톤급 액체엔진도 1단과 2단 엔진 못지않게 제작이 어려웠다. 좁은 공간에 1200여개에 달하는 부품과 배관을 모두 넣어야 해서 오히려 조립 난이도는 더 높았다는 후문이다. 은빛 금속으로 둘러쌓인 1단 엔진과 달리 3단 엔진은 연소기 위에 그을음이 묻은 작은 전선들이 노출돼 있었다.
임 과장은 "3단 엔진은 공기가 없는 우주 환경에서 연소하기 때문에 연소기의 불이 직접 닿지 않는 윗 부분은 열 전달이 안 된다"며 "지상에서 연소하는 1단 엔진은 단열하는 단열막이 있지만, 공기가 희박한 곳에서 연소하는 2단, 3단 엔진은 단열막이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3단 엔진에 그을음이 묻은 것은 진공시험의 결과다. 임 과장은 "1단 엔진은 지상에서 연소시험을 하지만, 2단과 3단 엔진은 진공 환경에서 연소시험을 진행한다"며 "연소시험 후 진공 상태가 풀리면 연기가 역으로 올라와 엔진에 달라붙는다"고 설명했다. 개발 중인 엔진들은 수십 번씩 연소시험을 진행하지만 실제 비행에 사용되는 플라이트 모델(FM)은 딱 두 번 시험한 후 발사 현장에 투입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현재까지 제작된 엔진은 75톤급 34대, 7톤급 12대로 총 46대다. 75톤급 엔진 조립을 위해선 총 458개의 공정을 거쳐야 한다. 조립팀 11명, 개발팀 11명 등 총 22명의 엔지니어들이 550평 규모의 공장에서 수작업으로 엔진들을 하나하나 조립하고 시험했다. 10년 동안 누리호 액체엔진 조립을 위해 투입된 간접 인력은 100여 명에 이른다. 엔진 관련 협력업체도 30곳이 넘는다.
노하우와 데이터가 쌓이면서 누리호 1호기 엔진을 조립할 때 6개월 정도 걸렸던 시간이 지금은 최대 2개월 반 정도로 줄었다. 임 과장은 "처음엔 설계도에 몇 가지 오류가 있어 실제 상황과 맞지 않고 조립 순서도 정해지지 않았다"며 "특히 연소기는 용접으로 만드는데 용접 시 뒤틀리거나 변형되는 현상 때문에 만들고 난 다음 데이터 값을 역으로 환산해서 보정해야 했다"고 말했다.
10년간 노력의 산물인 만큼 엔지니어들은 2차 발사는 성공할 거란 기대감이 가득했다. 누리호 엔진의 성능은 1차 발사 때 이미 검증됐고, 문제가 발생했던 3단 산화제탱크도 충분히 보완됐다는 이유다. 임 과장은 "누리호 1차 발사 땐 4개의 엔진을 하나로 묶는 클러스터링 기술 확보와 단 분리 기술 확보가 제일 중요했는데 모두 성공했다"며 "첫 시도 때는 걱정이 많았지만 2차 발사를 앞두곤 불안감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에서 그치지 않고 차세대 발사체에 들어가는 100톤급 다단연소사이클 엔진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30년 달 착륙 능력 확보를 목표로 차세대 발사체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를 위해 최근 발사체 엔진 태스크포스(TF) 팀을 구축하고 대형 다단엔진의 핵심 구성품인 고압 터보펌프·정밀제어밸브 개발부터 순차적으로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