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부조차 "선 넘었다"…삼성·SK 반도체에 재갈물리기

미국 내부조차 "선 넘었다"…삼성·SK 반도체에 재갈물리기

이재윤 기자
2023.03.03 15:00

[MT리포트]美기술 패권주의 시대…K반도체의 '생존 해법' ①

[편집자주] 미국이 반도체 중심으로 기술패권주의 전략 펼치면서 한국 기업들이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었다. 지난달 28일 발표된 미국 상무부 인센티브 방안에는 한국기업에 '독소조항'이 될 수 있는 요건들이 많다. 중국 투자금지 이외에도 민감한 기술정보와 재무자료까지 요구해 미국 내에서도 지나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 연방정부를 상대로 조건을 조율하기엔 민간 기업들은 협상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인센티브를 신청하지 않을 경우 미국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마디로 '진퇴양난'이다. 정부차원의 지원이 절실할 뿐 아니라, 중장기적 생산설비 다변화 등 전략수정이 불가피하다. 한국의 주력 산업 반도체,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 지 짚어본다.

"당초 예상보다 너무 까다롭고, 한국 반도체 기업 입장에선 가혹할 정도입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식 자국주의가 본색을 드러낸 것 같다는 얘기까지 나옵니다."

"미국의 자신감은 알겠어요. 그래도 한국 기업의 처지를 이용하는 건 잘못됐죠."

국내 반도체 업계의 반응은 냉담했다. 지난달 28일 공개된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이하 반도체법) 얘기다. 미국 내 반도체 생산기업에 390억 달러(약 51조원)를 주겠다는 달콤한 제안에 숨겨진 무시무시한 독소조항 탓이다. 미국은 한국 반도체 기술도 모자라서 가계부까지 내놓으라고 압박하고 있다. 선택의 기로에 놓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머리가 복잡하다.

3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업체들은 미국의 반도체법 가드레일(안전장치)이 공개되면서 대책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이번에 나온 75쪽 분량의 자금조달 지원공고(NOFO)는 지원절차와 기준 등을 다룬 사전 신청서(Statements of interest)로, 이달 말까지 제출해야 한다. 주관은 미국 상무부와 표준기술연구소(NIST)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대한 회사에 이익이 되는 쪽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 접수에 앞서 굵직한 가드레일 방향을 담은 사전 신청서는 국내 반도체 업계를 혼란에 빠뜨리기엔 충분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은 한 목소리로 "기준이 너무 지나치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 현지에서도 과도하게 자국 중심적인 기준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설에서 반도체법을 "좌파정책을 강요하는 도구"라고 평가했다.

주요 심사기준은 크게 6가지로 △경제·국가 안보 △사업 상업성 △재무 건전성 △기술 준비성 △인력 개발 △사회공헌 등이다. 이 중 독소 조항으로 지목되는 기준은 초과이익 환수와 예상 현금(기대수익)흐름 제공, 국방·안보용으로 쓰이는 첨단 반도체 시설 접근권 등이다. 보조금으로 지어지는 생산설비는 미국산 재료를 사용해야하고, 1억5000만 달러(약 2000억원) 이상을 받으면 보육시설도 지어야 한다.

반도체 업계는 일부 독소조항으로 보조금 효과가 반감되고, 오히려 손해까지 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보조금보다 큰 금액을 환수 당할 수 있고, 영업비밀로 지켜져야 할 기대수익까지 공개해야 할 수 있다. 국방·안보용으로 제한했지만, 보안이 생명인 반도체 공장을 개방해야 할 수도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당초 10년 간 중국 등의 추가 투자를 금지한다는 기준이 합리적으로 보일 정도"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한국 기업들은 보조금을 거부하기도 어려운 처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현지에 공장을 추진 중인데, 이를 거부하게 되면 세금이나 인·허가 등 다른 문제로 트집이 잡힐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는 남아있는 본 접수까지 미국 정부와 협상에서 최대한 유리한 협상을 이끌어 내는 것이 현실적 대처 방안이라고 본다. 주요 기업들은 미국 워싱턴 D.C.에 소통채널을 마련하고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당장 묘수를 기대하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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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윤 기자

안녕하세요. 스토리팀 이재윤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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