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美기술 패권주의 시대…K반도체의 '생존 해법' ④

2021년 9월 미 백악관은 반도체 대책 회의를 소집했다. 4월과 5월에 이어 3번째 회의였다. 백악관이 차량용 반도체 등 일부 품목에서 공급 부족 사태가 지속, 자동차 등 산업계 전반에 큰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떄문이다.
다음달 미 상무부 기술평가국은 관보에 '반도체 공급망 위기에 대한 공개 의견 요청 알림' 이란 글을 올려 공급망 내 기업들에 대한 설문조사(RFI)를 시작했다. 국내외 반도체 제조사와 주요 반도체 사용자를 포함한 반도체 공급망 전반의 기업들이 대상으로, 답변 기한은 45일 내였다.
2022년 1월 상무부는 글로벌 반도체 생산업체 대부분을 포함한 164곳의 기업들이 답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반도체에 대한 2021년의 평균 수요는 2019년 대비 17% 높았는데, 반대로 반도체 중간 재고는 2019년 40일에서 2021년 5일 미만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문제였다는 분석이다.
상무부는 "전반적으로 주요 병목 현상은 웨이퍼 생산능력에서 발생했는데, 이는 보다 장기적인 해결책을 필요로 한다"며 "우리는 새로운 정보를 활용해 문제 해결에 기업들을 참여시킬 것이며, 비정상적으로 높은 가격에 대해서도 조사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어 "결론적으로 미국은 더 많은 반도체를 생산해야 하고, 의회는 국내 반도체 생산에 대한 자금 지원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미 연방정부가 민간 기업 내부의 주요 정보를 구체적으로 요구했다는 점이다. 일반적 내용 뿐 아니라 반도체 재고와 주문, 판매, 고객 정보, 제조 가능한 반도체 유형 등 민감한 정보들을 포함한 26개 문항의 질문을 제시하고 정해진 시간 내에 답하라고 했다.
형태는 '자발적 제출 요청' 이었지만, 기한 내에 응하지 않을 경우 별도의 조치에 나설 수 있다고 언급했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선 무시할 수 없는 압박이었다.
미 정부는 제출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는다고 강조했으나, 업계는 반신반의했다. 국가간 사활을 견 산업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선뜻 다른나라 정부에 속을 열어 보여주기엔 신경이 쓰였다. 또 반도체 업체들은 민감한 판매, 재고 정보가 유출될 경우 가격이 영향을 받을 수 있고, 향후 영업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당시 고민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아무리 미국 정부의 요청이라도 기업 입장에서 공개할 수 없는 부분이 있고, 특히 고객과의 관계 등 민감한 부분이라면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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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021년 11월 미 상무부에 민감한 내용을 제외한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도 미국 정부측 요구를 모두 따르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협상을 통해 우리 기업들이 보호해야 할 사안들은 반드시 지켜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