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한說] 결국은 한 뿌리…잘나가는 TSMC에도 짙은 그림자

[중대한說] 결국은 한 뿌리…잘나가는 TSMC에도 짙은 그림자

오진영 기자
2023.04.15 08:01
[편집자주] 세계 반도체 수요의 60%, 150조원 규모의 가전시장을 가진 중국은 글로벌 IT시장의 수요 공룡으로 꼽힙니다. 중국 267분의 1 크기인 대만은 세계 파운드리 시장을 호령하는 TSMC의 본거지입니다. 미국·유럽 등 쟁쟁한 반도체 기업과 어깨를 견주는 것은 물론 워런 버핏, 팀 쿡 등 굵직한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았죠. 전 세계의 반도체와 가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화권을 이끄는 중국·대만의 양안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중국과 대만 현지의 생생한 전자·재계 이야기, 오진영 기자가 여러분의 손 안으로 전해 드립니다.
타이지디엔(TSMC) 반도체 공장 내부 모습. /사진 = TSMC 제공
타이지디엔(TSMC) 반도체 공장 내부 모습. /사진 = TSMC 제공

"대만 반도체는 개별 기업이 모두 하나의 뿌리로 얽혀 있습니다. 한 기업이라도 실적이 부진하면 산업 전체에 악영향을 줄 겁니다."

14일 대만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올해 실적 전망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타이지디엔(TSMC)은 반도체 불황에도 올 1분기 호실적을 거뒀지만, 올해 대만 반도체를 판가름할 열쇠는 2위·3위 업체다. TSMC가 파운드리(위탁 생산) 절대 강자로 군림하는 것은 다른 대만 기업이 모두 TSMC를 위해 작동하는 '하나의 뿌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2~3위 업체의 실적 악화는 틀림없이 올해 하반기부터 TSMC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굳건하던 대만 반도체가 흔들리고 있다. TSMC가 불황에도 개선된 실적을 자신하며 잇단 해외 투자와 증설 계획을 발표했지만, 정작 내부 시선은 불안하다. 파운드리 리엔디엔(UMC)과 팹리스(설계 전문) 리엔파커지(미디어텍)은 일제히 올 1분기 실적 악화를 발표했다. 현지 업계는 이들 두 기업이 2분기에 반등하지 못하면 불황에도 견조하던 TSMC의 실적이 올 하반기부터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TSMC 매출 올랐으나 UMC·미디어텍 일제히 하락한 1분기…"다음은 TSMC 차례"
/사진 = 이지혜 디자인기자
/사진 = 이지혜 디자인기자

대만 전자공시시스템과 각사 재무제표에 따르면 대만 2·3위 반도체 기업은 올 1분기 실적이 지난 분기 대비 모두 하향세였다. UMC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542억 9000만 대만달러(한화 약 2조 364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53% 감소했다. 미디어텍의 올해 1분기 매출도 956억 5100만 대만달러(약 4조 166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 줄었다.

이는 TSMC와 대조된다. TSMC의 올해 1분기 전체 매출은 5086억 대만달러(약 22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했다. 춘절 연휴로 1월 조업일수가 줄었음에도 올 1~2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3.8% 늘었다. IT 수요감소에도 불구하고 애플·퀄컴 등 대형 고객사의 주문이 유지된 덕분이다.

현지 업계는 올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만 반도체 산업이 암울하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TSMC가 다른 팹리스·디자인하우스의 부진한 영향을 받는다는 지적이다. 대만 공상시보도 미국 소식통을 인용해 "미디어텍의 주문 감소는 TSMC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당초 2분기 매출이 4%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이제는 5~9%로 하향조정됐다"고 보도했다.

이 전망에는 긴밀하게 연관된 대만 반도체의 특성이 얽혀 있다. 팹리스인 미디어텍이 반도체를 설계하면, 디자인하우스가 설계안을 도면으로 바꿔 주고, 파운드리업체인 TSMC가 최종 생산을 맡는다. TSMC는 대부분 자국 디자인하우스에 일감을 주는데, 대만의 디자인하우스 기업은 235개에 달한다(2021년 기준). 코로나19 시기 시장이 활황일 때에는 탄탄한 생산능력을 보유했으나, 어느 1곳이라도 어그러지기 시작하면 전체가 타격을 입는 구조다.

2위 파운드리 업체인 UMC도 경쟁자보다는 동업자에 가깝다. 수익성이 높은 고급 공정은 TSMC가 가져가고, 난이도가 낮은 저급 공정은 UMC가 도맡는 식이다. UMC가 2018년 14나노 이하 공정의 기술 개발을 중단한 이후 수익의 절반 이상은 22·28나노 공정에서 발생한다. 만일 UMC가 고꾸라지면 UMC를 주 고객사 중 한 곳으로 삼는 TSMC의 협력사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현지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UMC가 맡는 저급 공정 가동률이 내려가면 수백개 이상의 중소기업이 어려워진다"라며 "TSMC가 막강한 가격경쟁력을 내세울 수 있는 것은 든든한 협력사 덕분인데, UMC가 악화되면 협력사도 덩달아 악화되기 때문에 TSMC가 (경쟁자의 부진에) 마냥 쾌재를 부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1분기의 '역대급 악재'는 예고됐다?…지난해 말부터 경고한 '대만 반도체의 입'
대만 리엔디엔(UMC) 사옥. / 사진 = UMC 제공
대만 리엔디엔(UMC) 사옥. / 사진 = UMC 제공

현지 업계에서는 2·3위 업체의 부진이 예고된 악재였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말부터 주요 반도체 기업의 경영진은 올해 1분기부터 실적 악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차이리싱 미디어텍 부회장은 지난해 말 "주요 고객사의 보수적인 재고 관리, 중국 기업의 수요 약화, 스마트폰 출하량 감소가 악영향을 주고 있다"라며 "2023년 1분기는 미디어텍 실적의 최저점이 될 것"이라고 우울한 전망을 내놨다.

왕시 UMC 사장도 2022년 영업실적을 발표하면서 "1분기 출하량은 전분기 대비 19% 감소하고, 공장 가동률도 90%에서 70~80%까지 축소될 것"이라며 "엄격한 비용 통제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자본 지출도 가능한 한 연기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매출총이익률이 전년 대비 11.3% 증가하고 연간 매출이 2787억 대만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쓰는 등 호실적을 낸 시기에도 이례적으로 부정적인 메시지를 냈다.

호실적에 취해 사전에 대비를 게을리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싼리신문·리차이왕 등 현지 매체는 "TSMC는 통상 3월이 1년 중 가장 매출이 높은 시기인데, 지난 3월은 17개월 만에 최저치였다"라며 "V자형 반등 모델이 아니라 L자형으로 실적 악화가 장기화될 수 있으며, 대만 반도체의 위기 대비 태세가 부족해 전반적인 산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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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영 기자

안녕하세요. 정책사회부 오진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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