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 난 가스전에 '기후변화 주범' 묻는다…우리 앞바다에 7.3억톤 매장 가능

동 난 가스전에 '기후변화 주범' 묻는다…우리 앞바다에 7.3억톤 매장 가능

최경민 기자, 이세연 기자
2023.06.07 14:35

[MT리포트- 탄소포집 오디세이] ②저장소를 확보하라

[편집자주] 연료를 땔 때 나오는 탄소만 포집해서 땅 속 깊은 곳에 묻는다. 공상과학이 아니다. 전 세계가 검증을 끝내고 앞다퉈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이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업으로 떠올랐다. 앞으로 10년 안에 '뉴 노멀'이 될지도 모르는 기술. 탄소포집이다.
CCS 플랜트로 전환될 예정인 동티모르 해상에 위치한 SK E&S 바유운단(Bayu-Undan) 천연가스 생산설비 /사진=SK E&S
CCS 플랜트로 전환될 예정인 동티모르 해상에 위치한 SK E&S 바유운단(Bayu-Undan) 천연가스 생산설비 /사진=SK E&S

호주와 동티모르 사이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바다. 이 가운데에 외롭게 떠 있는 바유운단(Bayu-Undan) 가스전이 있다. 거의 동이 난, 사실상 폐가스전인 이곳은 '이산화탄소 저장소'로 변신할 준비를 하고 있다.

바유운단은 SK E&S를 비롯해 5개 글로벌 에너지 기업이 공동으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동시에 SK E&S가 추진하는 '탄소포집 밸류체인'의 핵심 역할을 할 장소이기도 하다. SK E&S는 바유운단을 거점으로 2025년부터 탄소포집을 LNG(액화천연가스) 및 수소 사업에 본격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대규모 탄소포집으로는 국내 첫 사례가 될 게 유력하다.

우선 SK E&S는 호주 북부 해상의 바로사 가스전에서 탄소포집 과정을 거친 저탄소 LNG를 생산한다. 이 과정에서 나오는 연 200만톤 규모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바유운단 폐가스전에 저장할 계획이다.

바로사 가스전에서 생산한 연 130만톤 규모의 LNG는 국내로 도입한다. 대부분 블루수소 생산에 쓸 예정이다. 블루수소는 LNG 등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이렇게 포집한 탄소는 역시 바유운단으로 향한다.

SK E&S 관계자는 탄소포집 기술 활용 계획에 대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소화함으로써 본격적인 저탄소 시대를 열겠다는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SK E&S는 미국 업체들과 손잡고 세계 최대 규모 탄소포집 프로젝트(연 1200만톤)에도 참여하고 있다.

해외에 탄소포집 거점을 만들려는 것은 SK E&S 뿐만이 아니다. 석유개발사업을 해온 SK어스온은 해외 탄소포집 저장소 탐색에 나섰다. SK어스온은 2050년까지 1600만톤 이상 저장소를 확보해 국내 1위 민간 이산화탄소 저장 사업자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포스코는 제철소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말레이시아 해상에 저장하는 사업에 대한 연구를 실시한 후 사업성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 역시 지난해 호주의 고갈 해상 가스전을 활용한 탄소포집 사업의 경제성을 분석하고 있다.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중공업, 롯데케미칼, GS에너지, SK에너지, SK어스온,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Petronas)는 탄소포집 사업에 공동협력키로 했다. 국내 산업단지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국내 허브에 집결시킨 후 말레이시아로 이송하고 저장하는 사업이다.

기업들이 호주나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저장소를 물색하고 있는 것은 국내에 마땅한 장소가 없기 때문이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국토와 해양이 좁고, 주민 수용성 문제까지 불거질 수 있어서 저장소 확보가 쉽지 않다"며 "넓은 바다를 보유한 국가에서 사업 기회를 엿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국가 간 이산화탄소 이동이 하나의 사업모델로 자리잡는 추세이기도 하다. 유럽에서는 세계 최초의 국가 간 이산화탄소 이송·저장 사업인 노던라이트(Northern Light) 프로젝트가 2024년 상업운전을 앞두고 있다. 노르웨이와 네덜란드가 공동추진하는 프로젝트로, 유럽 전역에서 포집한 탄소를 노르웨이의 지하 지층에 주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에너지 업계는 '국내 저장소 확보'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포집한 탄소를 해외로 보내는 것보다 명백히 비용적 및 기술적 측면에서 이득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동해의 가스전 및 서해 군산분지 등에 이산화탄소 저장소가 될만한 장소가 있는지 탐사가 이뤄지고 있다. 국내 대륙붕 등에 약 7억3000만톤 규모의 저장소 마련이 가능하다는 연구결과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포집한 탄소로 메탄올·탄산칼슘, 혹은 플라스틱 등을 만드는 데 쓸 수도 있지만, 기술적 난이도가 높다. 현시점에서 탄소포집활용(CCU) 보다는 탄소포집저장(CCS)의 볼륨이 훨씬 크다"며 "국내, 해외 투트랙으로 저장소를 확보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최경민 기자

안녕하세요. 산업1부 최경민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