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 뒤엎는 美 트럼프 행정부 정책, '반도체 전쟁' 민낯 보여줘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투자 반도체 기업에 주는 보조금의 대가로 지분을 요구하는 방안을 삼성전자 등에도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갈수록 노골적으로 기존 관행과 상식을 뒤엎는 자국 중심의 제조업 강화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대응책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20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관련 외신 보도에 대한 미국 정부의 공식 반응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전날(현지시간) 백악관 관계자 등을 인용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미국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을 비롯해 미국에 공장이 있는 한국 삼성전자, 대만 TSMC 등에도 인텔에 적용할 지분 인수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트닉 상무장관은 같은 날 자국 반도체 기업 인텔에 주기로 한 보조금을 '지분 투자'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말하기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미국 행정부에서 아직 명확한 입장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보도의 진위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황당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전임 정부에서 확약한 보조금 지급을 이유로 사실상 지분을 요구하는 것으로서 약속을 뒤엎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받기로 한 보조금은 47억5000만 달러(약 6조 6438억원)이며 이날 종가 기준 삼성전자 시가총액(417조3345억원)의 약 1.6% 수준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반도체 전문위원은 "한 나라의 정부가 다른 나라 민간 기업의 지분을 가져가겠다고 주장하는 건 터무니없는 요구"라며 "보조금을 정상적으로 지급하지 않기 위해 명분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관세 정책으로 전 세계 경제를 충격에 빠뜨리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 기업에 연이어 투자를 압박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엔비디아 등 자국 반도체 기업의 중국 판매를 허용해주면서 수익의 15%를 세금으로 내도록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무리수는 글로벌 경제·안보전쟁에서 반도체 제조역량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방증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즉 지분 확보도 자국 기업은 물론 해외 반도체 제조기업에까지 통제력을 키우려는 시도라는 분석이다.

중국의 추격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더 거칠게 만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AI 전환 시대를 맞아 경제는 물론 군사안보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은 무섭게 뒤따라오고 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2030년에 반도체 패권국이 되려는 미국으로서는 반도체 제조역량이 결국 중요하다"며 "앞으로 비슷한 요구나 정책이 계속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요구를 마냥 무시할 수도 없다. 이 교수는 "HBM(고대역폭메모리)과 파운드리(위탁생산) 등에서 일단 살아남아야 하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미국 정부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로부터 수주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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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한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삼성전자의 지분을 내주는 식의 요구 수용은 비현실적인 만큼 실제 미국 정부의 입장이 나오면 현지 합작 투자 등 다양한 방안이 논의될 수 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관계자는 "주요 고객이 미국에 있기 때문에 이들을 공략하려면 투자가 뒷받침돼야 하는 건 사실"이라며 "우리 기업이 추가 투자 여력 등을 따져서 결정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