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센' 상법 개정안이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재계에서는 포이즌 필·차등의결권·황금주 등 최소한의 경영권 방어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행동주의 펀드 등 투기 자본의 경영권 공격에 대응할 수단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해외 주요국은 주주권 강화 제도와 함께 기업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를 갖추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포이즌 필(Poison pill) 제도다. 적대적 M&A(인수합병)에 맞서 기존 주주에게 신주를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매수할 권리를 부여해 경영권 방어를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미국과 일본, 프랑스 등이 채택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11년 대규모 상법 개정 당시 포이즌 필 도입 논의가 있었으나 자기주식(자사주) 취득·처분 규제가 완화되면서 입법이 무산됐다.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를 우호 세력에게 매각하거나 스톡옵션 등으로 활용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차등의결권 도입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된다. 차등의결권은 주식 1주당 부여하는 의결권 수를 달리하는 제도다. 창업주나 핵심 경영진이 보유한 주식에 보통주보다 많은 의결권을 부여해 지분율이 낮아도 경영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했다. 특정 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해 단기간에 지분을 확보한 세력이 경영권을 흔드는 것을 막을 수도 있다.
일례로 쿠팡은 2021년 3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며 김범석 이사회 의장에게 차등의결권이 부여된 '클래스 B' 보통주를 발행했다. 클래스 B 보통주는 일반 '클래스 A' 주식보다 29배 많은 의결권을 갖는다. 지난해 말 기준 김 의장의 보유 지분은 9%대에 불과하지만 전체 의결권의 70% 이상을 행사할 수 있어 소수 지분만으로 회사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도록 했다.
미국과 영국, 인도, 싱가포르를 포함해 중국도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자국 기업을 위해 차등의결권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1주 1의결권'을 원칙으로 삼는 주주 평등주의에 따라 2023년부터 비상장 벤처기업만 제한적으로 차등의결권을 허용했다.
비슷한 장치로 '황금주' 제도가 있다. 황금주는 주요 경영 사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방식이다. 지난 6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US 스틸을 일본에 매각하며 황금주 한 주를 발행한 사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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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관계자는 "이번 상법 개정으로 이사회 진입 장벽이 낮아져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며 "대체 입법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개정이 빠르게 이뤄진 데 대해 우려가 크다. 포이즌 필과 차등의결권, 황금주 등 최소한의 경영권 방어 장치가 절실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