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삼성도 자사주로 지켰는데…"행동주의 먹잇감 될라" 떠는 재계

SK·삼성도 자사주로 지켰는데…"행동주의 먹잇감 될라" 떠는 재계

김남이 기자, 이태성 기자
2025.09.14 07:00

[MT리포트] 자사주가 사라진다③

[편집자주] 여당이 추진하는 3차 상법 개정의 핵심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다. 자사주가 최대주주의 경영권 보호에 악용된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되면 자사주 매입이 줄면서 유통주식 증가로 주가가 오히려 악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자사주 문제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본다.
행동주의 펀드의 목표가 된 한국 기업 추이/그래픽=윤선정
행동주의 펀드의 목표가 된 한국 기업 추이/그래픽=윤선정

자사주는 단순한 주가 부양·주주환원 수단을 넘어 '경영권 방패'의 기능까지 맡아왔다. 재계는 경영권 방어 장치 없이 자사주부터 무조건 소각해야 한다면 행동주의 펀드 등 외부의 공세에 더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국내 기업은 적대적 M&A(인수·합병) 등 외부 세력의 공격이 발생하면 보유 중인 자사주를 '백기사'(우호세력)에게 매각, 의결권을 부활시키는 방식으로 경영권을 지켰다. 2003년 영국계 헤지펀드 소버린의 SK 공격, 2015년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의 삼성 공격에서 자사주는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SK는 소버린의 공격 당시 보유 중인 자사주 10.41%를 하나은행·신한은행 등에 매각해 우호 지분을 형성해 지켰다. 엘리엇과 삼성의 공방에서도 삼성물산이 자사주 5.76%를 KCC 매각하면서 경영권을 방어했다. 당시 소버린과 엘리엇은 자사주 활용이 부당하다며 법정 다툼으로 이끌고 갔으나 법원은 SK와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최근 국내 자본시장에서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은 더 거세졌다. 영국 리서치업체 딜리전트마켓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해 행동주의 펀드의 표적이 된 국내 기업은 66곳으로 2020년의 6.6배다. 전년(77개)과 비교하면 공격 건수가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재계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에 앞서 경영권 방어 수단의 제도화가 우선이라고 목소리를 낸다. △기존 주주에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새로운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포이즌 필' △특정 주주 주식에 더 많은 의결권을 주는 '차등의결권' △보유한 주식의 금액·수량과 상관없이 주주총회에서 의결한 중요 사항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황금주' 등이 대표적이다.

2011년 상법 개정에서 자사주 취득·처분 제한을 완화하고 '특정 목적 취득분의 처분의무' 조항을 삭제해 자사주 활용의 폭을 넓혔는데, 포이즌필 도입이 무산된 것이 영향을 줬다. 재계 관계자는 "당시 법무부가 포이즌필 도입을 추진했으나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에 활용하는 방식으로 개정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경영권 방어 외에도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면 자사주의 담보설정, 임직원 성과보상, 현물 배당 등 다양한 재무적 활용 수단이 제약된다. 또 배당가능이익으로 취득한 자사주 소각은 자본금에 영향을 주지 않지만 특정 목적에 따라 취득한 자사주까지 강제로 소각하면 자본금 감소가 발생한다. 이 경우 부채비율, 자기자본 비율 등이 악화할 위험이 있다.

아울러 기업들은 이미 자발적으로 자사주 매입·소각을 확대 중이다. 올해 1~8월 자사주 소각 기업은 206곳으로 이미 지난 한 해(177곳) 기록을 넘어섰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1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이 마무리 단계이고, 매입한 자사주 중 5조8119억원어치는 소각을 결정했다. LG그룹도 약 1조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발표했고, 5000억원가량을 소각했다.

상법 개정으로 소각을 의무화하면 자사주 매입 유인이 줄어 결과적으로 주주환원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 신현용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처분이라는 선택지가 사라지면 자사주 매입은 자본의 감소, 부채비율 상승으로 연결되며 기업의 재무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며 "기업들의 매입·소각 적극성이 저해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야당도 자사주 의무 소각에 반대한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자사주 소각을 강제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을 '기업 단두대법'으로 규정하고 반대한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필리버스터 등을 동원해 최대한 저지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기업의 선택권을 줄이고 경영권은 불안해질 가능성이 높다"며 "만일 더불어민주당이 이를 강행 통과시킨다면 보완입법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 우리당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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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이 기자

인간에 관한 어떤 일도 남의 일이 아니다. -테렌티우스-

이태성 기자

2011년 입사해 사회부 법조팀, 증권부, 사회부 사건팀, 산업1부 자동차팀을 거쳐 현재는 정치부 국회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2020년 제14회 한국조사보도상 수상 2024년 제 19회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 언론상 신문보도부문 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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