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삼성, 반격의 시간 ③'허송세월' 반도체 특별법

반도체 패권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은 총성 없는 전쟁을 방불케 하지만 우리 국회에서 '반도체 특별법'(반도체산업 생태계 강화 및 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안)은 1년 넘게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반도체 특별법은 반도체산업 발전 기본계획 수립 등을 골자로 하는 각종 정부 지원방안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이다. 여야 모두 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연구개발(R&D) 분야 등의 주 52시간 적용 예외 조항이 쟁점이 됐다.
첨예한 대립 끝에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지난 4월17일 52시간 예외 조항이 빠진 채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다. 이후 소관 상임위(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에서 180일이 경과해 14일 법제사법위원회로 자동 회부됐다.
민주당은 11월 중 법안 처리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날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취재진과 만나 "관련 업계가 애타게 기다려 온 민생법안에 대한 본회의 상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정부와 여당을 강력히 비판하면서 52시간 예외 조항을 포함한 법 통과를 주장하고 있다. 장동혁 대표는 지난 10일 반도체 AI(인공지능) 첨단산업특위 제1차 전체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반도체 특별법을 조속히 통과시키고 전폭적인 지원을 해도 부족할 것인데 민주노총 눈치를 보면서 반도체 업계의 숨통을 틔워줄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을 완강히 반대한다"며 "가벼운 운동화가 아니라 무거운 장화를 신겨주면서 금메달을 따오라고 다그치는 격"이라고 했다.
여야 입장차가 여전해 자칫 법안 처리는 더 늦어질 수도 있다. 국회법상 패스트트랙 법안은 소관 상임위 180일을 포함해 법사위 90일, 본회의 부의 후 60일 등 최장 330일까지 심사할 수도 있다.
업계는 속이 타들어 간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 대만, 일본 모두 민관이 하나가 돼서 밤낮없이 일하며 반도체 패권을 노리는데 우리는 기업들만 외롭게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반도체 회사 관계자는 "실리콘밸리도 다 늦게까지 일하는데 우리만 손발이 묶여 있다"며 "제발 기업들이 마음껏 일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제도적 여건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시간이 다급한 만큼 먼저 현행 반도체 특별법 제정안부터 처리하고 논란이 거센 52시간 예외 조항은 분리해 추후 논의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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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반도체 특별법 자체에 인프라 지원 등 의미 있는 내용들이 있으니까 일단 통과시킬 수 있는 법안부터 빨리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52시간제 등이 경쟁국 대비 불리한 것도 사실이어서 우리가 연구개발 속도가 늦을 수밖에 없다"며 "여기에 대한 논의도 신속하게 이어서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