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조선업계가 해외로 발을 넓히는 가운데 국내 특수선 '양강'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수출 전략이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HD현대중공업은 중남미·동남아시아 등 신흥시장을, 한화오션은 고난도·고수익의 선진시장을 각각 노린다는 전략이다.
3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최근 페루 국영 시마(SIMA) 조선소와 '잠수함 공동개발 및 건조의향서(LOI)'를 체결한 뒤 후속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양측의 협의가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이르면 연내 본계약 체결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HD현대중공업은 또 필리핀 정부로부터 총 10척의 함정을 수주한 상태이며 필리핀,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등 신흥 시장에 거점을 마련해 특수선 수출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이 공략하는 이들 시장은 기존 방위산업 생태계가 빈약한 지역이어서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특징이 있다. 규모는 작더라도 '트랙 레코드(실적)'를 조기 확보해 추가 수주로 이어가는 '선점 전략'이 작동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국내 조선사가 가진 기술력·인도 속도·패키지 제안이 효과적인 시장으로 꼽힌다. 특수선 노후화라는 고질적 문제를 가지고 있어 한국의 조선업 기술 이전이 매력적인 카드로 작용한다는 의미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 조선사가 제안하는 패키지 솔루션의 경쟁력이 크다"고 말했다.
반면 한화오션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국가를 중심으로 특수선 수출에 공을 들여왔다. 고도의 기술력과 신뢰성을 요구하는 시장인 만큼 성공 시 '레퍼런스 확보' 효과가 크게 작용한다는 판단에서다.
한화오션이 최근 폴란드 잠수함 수주전에 뛰어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화오션은 폴란드가 발트해 방어력 강화를 위해 3000톤급 잠수함 3척을 도입하는 '오르카(Orka) 프로젝트'에 도전장을 냈다. 하지만 폴란드 정부는 최종 사업자로 스웨덴 방산업체 사브(SAAB)를 선택했다.
유럽의 '바이 유러피안'(Buy European·역내 구매 우선) 기조를 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르카 프로젝트의 최종 승자가 된 A26 잠수함은 발트해가 주 작전구역인 스웨덴에서 개발됐다. 발트해 특성을 반영한 복잡한 해저 지형 최적화 설계가 강점이라는 게 사브 측 설명이다.
스텔스 성능과 저소음 운용으로 탐지를 회피하기 유리하며, 좁고 복잡한 해역에서의 기동성도 부각된다. 또 한국이 경쟁국 중 유일한 비(非)나토 회원국이라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폴란드가 나토 국가인 만큼 나토 전투체계와의 호환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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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은 또 다른 나토 회원국인 캐나다에서 반전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한화오션이 주축이 된 한국 컨소시엄은 현재 독일 컨소시엄과 함께 숏리스트(적격후보)에 올라 최종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사업비만 최대 60조원에 이르는 이 사업은 캐나다 해군이 지난 1998년 영국 해군으로부터 도입한 2400톤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을 대체하기 위해 3000톤급 잠수함 12척을 도입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그간 특수선 분야에서 꾸준히 경쟁력을 쌓아왔다"면서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 등을 핵심 목표 시장으로 삼아 대응 전략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