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방한' 룰라 대통령 만나는 재계…기업인 '민간 외교' 확대

단독 '방한' 룰라 대통령 만나는 재계…기업인 '민간 외교' 확대

박종진 기자, 김성은 기자
2026.02.08 10:31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에 정부·기업 '원팀' 필요성 커져..국가 대표 기업인들, 긴급 '구원투수' 역할 강화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일자리와 지방투자 확대를 위한 기업간담회에서 음료를 마시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02.04. bjko@newsis.com /사진=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일자리와 지방투자 확대를 위한 기업간담회에서 음료를 마시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02.04. [email protected] /사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을 포함한 주요 기업인들이 21년만에 방한하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만나면서 또한번 민간 외교이 장을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경제안보 지형이 급변하고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국가 대표 재계인들이 외교전의 최일선에서 뛰는게 '뉴노멀'로 자리잡는 분위기다.

8일 재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이르면 이달 중 이뤄질 이 회장 등 국내 기업인들과 룰라 대통령의 회동은 개별 기업 차원의 투자 협력 논의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우리 정부의 경제외교를 측면 지원하며 힘을 보태는 성격이 강해서다. 수출의 경제기여도가 절대적인 우리나라로서는 미·중 무역 갈등과 트럼피즘 여파 등 세계 각국이 보호 장벽을 높이는 탓에 신시장 개척이 절실한 상황이다. 여기에 자원 무기화 경쟁 속에서 글로벌 공급망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것도 필수 과제로 떠올랐다. 실제로 이 자리에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서경배 아모레퍼시픽(137,200원 ▼3,200 -2.28%) 회장 등 현지 사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는 기업인들도 함께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브라질은 2억1000만명 이상의 세계 7위 인구 대국으로서 중남미 최대 내수시장이다. 정부의 제조업 육성 정책(NIB)에 힘입어 항공·자동차 등 고부가 산업을 보유하고 있는 중남미 최대 제조업 국가다. 게다가 원자재 허브 국가로도 유명하다. 자원 무기화에 핵심인 희튜류·리튬 등이 이슈로 부각될 때마다 대안 국가로 주목받은 곳이 브라질이다. 브라질 희토류 매장량은 2100만톤으로 매장량 순위 전 세계 3위, 리튬 매장량은 25만톤으로 세계 8위다. 이밖에 철광석과 흑연, 망간, 니켈 등 자원도 풍부하다.

재계 관계자는 "관세와 무역 갈등과 지정학적 리스크 심화, 첨단산업 경쟁 격화 등 개별 주체들이 풀기 어려운 난제들이 쌓이면서 정부와 기업이 원팀으로 총력전을 펼치는게 필수적"이라며 "이 회장을 비롯한 기업인들과 룰라 대통령의 만남도 이런 맥락에서 보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의 민간 외교 성과는 이미 여러 차례 확인된 바 있다. 2019년 역사 갈등 여파로 일본 정부가 소재·장비·부품의 한국 수출을 전격 통제하자 이 회장은 수시로 일본을 왕복하며 현지 인맥을 총동원해 물밑에서 사태 해결에 물꼬를 틀었다.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전세계적 유행) 당시에는 국내 백신 수급이 어려워지자 바이오 사업의 오랜 파트너인 누바 아페얀 모더나 공동 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에게 'SOS'를 보냈고, 결국 모더나 백신의 국내 위탁 생산과 조기 도입 계약을 성사시켰다.

이 회장은 지금도 이탈리아 밀라노를 방문해 동계올림픽 스포츠 외교무대에서 네트워크를 다지고 있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김용범(왼쪽) 정책실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일자리와 지방투자 확대를 위한 기업간담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02.04. bjko@newsis.com /사진=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김용범(왼쪽) 정책실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일자리와 지방투자 확대를 위한 기업간담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02.04. [email protected] /사진=

다른 기업인들도 마찬가지다. 이 회장과 정 회장을 비롯해 김동관 한화(107,100원 ▼2,200 -2.01%)그룹 부회장 등은 지난 한미 관세 협상에서 미국 현지를 발로 뛰며 우리 정부를 줄곧 도왔다. 최태원 SK(301,000원 ▼23,500 -7.24%)그룹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자격으로 지난해 우리나라의 최대 외교 행사였던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의 성공적 개최에 중추적 역할을 했다.

특히 정 회장은 최근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과 함께 '팀코리아'를 꾸려 최대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사업'(CPSP) 수주를 지원하기 위해 직접 캐나다로 날아가 관심을 모았다. 경쟁상대인 독일이 대규모 산업협력 카드를 준비한다는 소식에 당사자 기업도 아닌 정 회장이 합세했다는 건 '국가 대항전'이 돼버린 오늘날 글로벌 경쟁에서 우리 기업인들의 중요성과 역할을 단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현대차(445,500원 ▼24,000 -5.11%)는 남미 최대 자동차 시장인 브라질에서 최근 활발한 사업 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브라질자동차유통연맹(Fenabrave)'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5년 1~11월 브라질 자동차시장 현대차 판매 점유율 8.02%로 경쟁사인 일본(6.96%)을 누르고 4위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브라질에서 자동차 생산공장도 보유 중이며 생산 규모도 늘리는 추세다.

이미 국민의 인식도 바뀌고 있다. 머니투데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해 말 실시한 '기업인 관련 인식 조사'(오차범위 ±3.1%포인트, 95% 신뢰수준)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인을 떠올리면 어떤 모습에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전략 자산'이라는 응답이 25%를 차지해 '엄청난 자산을 가진 부자(25%)'라는 답과 함께 가장 많았다. 국민 86%는 "기업인은 전문성을 갖춘 혁신가이자 소통하고 외교까지 수행하는 만능(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돼야 한다"는데 동의했다.

한편 룰라 대통령의 이번 방한은 2005년 5월 노무현 정부 이후 21년만이다. 당시 룰라 대통령은 정부혁신포럼 행사에 참석해 한국과 브라질간 투자 및 양국 기업 간 협력 확대 방안을 주제로 연설했다. 또 당시 정상회담에 이어 마련된 재계 오찬에 참석해 한국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브라질에 대한 투자 확대도 직접 요청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박종진 기자

재계를 맡고 있습니다. 개인이 잘되고 기업이 잘되고 그래서 나라가 부강해지는 내일을 위해 밀알이 되는 기사를 쓰겠습니다.

김성은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