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다 돌려드려요" 신뢰 회복 안간힘...'10조 시대' 상조 업계의 미래는

"돈 다 돌려드려요" 신뢰 회복 안간힘...'10조 시대' 상조 업계의 미래는

이병권, 차현아 기자
2026.02.17 07:30

[MT리포트]1000만 상조시대, '리부트'의 시간 (下)

[편집자주] 대한민국 상조산업(선불식 할부거래업)이 누적 선수금 10조원 시대를 열었다. 상조 서비스 가입자는 올해 1000만명 돌파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질적 성장을 저해하는 고질적인 병폐가 박혀 있는 게 현실이다. 중소업체의 잇따른 폐업과 기형적인 회계 구조 속에서 위태롭게 운영되는 업체들, 고가 가전제품을 끼워 파는 기만적 결합상품 마케팅까지 판을 친다. 상조 서비스가 국민의 마지막 존엄을 지키는 진정한 '안식처'로 거듭나기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인지 상조산업 전반을 살펴본다.

"고객님 돈, 정말 안전합니다"…신뢰 회복에 '안간힘' 상조업계

상조업계의 '신뢰 회복' 노력/그래픽=이지혜
상조업계의 '신뢰 회복' 노력/그래픽=이지혜

상조업계(선불식 할부거래업)에 대한 소비자 불신과 비판이 이어지면서 업계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선수금 보호 강화와 가격 구조 단순화, 직영 시스템 확대 등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분위기다. 상조업계는 상조 본연의 업무에 대한 신뢰 회복 노력과 함께 웨딩·헬스케어·여행 등 '토탈 라이프케어' 영역으로 외연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웅진프리드라이프는 선수금 보전비율을 법정 기준(50%)보다 높은 51%로 운영 중이다. 제1금융권 8곳(업계 최다)과 지급보증 계약 및 예치를 통해 보전하고 있다. 나머지 선수금은 전문 자산운용 조직이 정기적인 스트레스 테스트로 유동성을 관리한다.

올해는 '웅진프리드 360·450·540' 시리즈를 출시해 상품 구조를 단순화했다. 가격 체계를 명확히 하고 소비자가 예산에 맞춰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만기 완납 후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을 경우 납입금 100% 환급 구조를 도입해 목돈을 넣은 소비자의 우려를 줄였다.

보람상조개발을 운영하는 보람그룹은 직영 시스템을 강조한다. 산업 전반에 외주 의전에 따른 품질 편차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이를 원천 차단할 방안으로 마련됐다. 전담 조직인 FCT(Funeral Ceremony Team)가 장례의 모든 과정을 모두 관리한다.

직영 교육기관을 만들어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의정부·인천·부산 등 주요 거점에선 13개 장례식장과 장의리무진을 직접 운영 중이다. 선수금의 50% 이상을 금융기관에 예치하고 나머지는 예·적금과 부동산 중심으로 운용해 안정성을 확보했다.

교원라이프도 소비자에게 정보 공개를 확대하며 투명성을 높였다. 홈페이지에서 납입 액수·횟수를 상시 확인할 수 있도록 했고 회원증서와 계약정보를 알림톡을 통해 실시간으로 볼 수 있도록 개편했다.

의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업셀링'(고가상품 판매 유도) 등 불공정 관행에 대한 내부 모니터링도 운영 중이다. 선수금의 50% 이상을 제1금융권에 예치하고 나머지는 장례식장 등 관련 부동산과 안정적 금융자산에 투자하면서 지급여력비율은 105% 수준까지 높였다.

토탈 라이프케어로 나아가는 상조업계/그래픽=윤선정
토탈 라이프케어로 나아가는 상조업계/그래픽=윤선정

상조업계는 이같은 신뢰 회복을 토대로 '토탈 라이프케어'로 미래 먹거리를 모색한다. 웅진프리드라이프는 웨딩홀 사업에 진출해 상조의 첫 접점을 '결혼'으로 옮기고 돌잔치·여행·시니어까지 이어지는 생애주기 서비스를 설계했다. 납입금을 여러 서비스에 전환해서 사용할 수도 있다.

보람상조는 '라이프 큐레이터'라는 개념을 제시하고 반려동물 상조·생체보석 사업, 헬스케어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메가스터디교육, 법무법인 세종 등 이종산업과 제휴로 교육·법률 등 서비스를 확장할 방안도 찾고 있다.

교원라이프는 그룹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무기로 사업 확대에 나섰다. 교육·렌털가전·여행·호텔 등과 연계한 전환 서비스를 확대하는 방식이다. 특히 여행 전환 서비스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확장의 핵심축으로 자리 잡는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투명한 운영을 해야만 미래 사업들도 차질없이 준비할 수 있는 것"라며 "생애주기 서비스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10조원 모였는데 감시는 구멍…"이제는 질적 성장 시험대"

/사진=공정거래위원회
/사진=공정거래위원회

국내 상조(선불식 할부거래) 시장이 1000만 가입자 시대를 앞둔 대전환기를 맞으면서 업계는 장례 지원을 넘어 여행·웨딩·헬스케어까지 아우르는 '토탈 라이프 서비스'로의 진화를 꿈꾼다. 전문가들은 지금이 산업의 질적 성장을 결정지을 골든타임이라고 진단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가장 시급한 과제로 규제 등 관리·감독 체계 개편이 꼽힌다. 10조원 규모의 선수금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금융권 수준의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상조회사는 정부의 인가가 아닌 등록만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어 진입장벽이 낮다. 상조 서비스는 금융상품 중 '선불식 할부거래 제도'로 분류돼 현행법상 선수금의 50%만 은행에 예치하면 그 외에 별다른 제재를 받지도 않는다. 일반 금융회사와 달리 금융 당국의 엄격한 감독을 받거나 자본 현황을 투명하게 공시해야 할 의무도 없다. 진입규제와 영업행위 규제, 건전성 규제 등의 강화 모두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22대 국회에 발의된 상조 시장 관련 할부거래법 개정안/그래픽=윤선정
22대 국회에 발의된 상조 시장 관련 할부거래법 개정안/그래픽=윤선정

정치권에서도 이러한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상조회사의 위법행위 전반에 대해 영업정지 명령을 내리거나 시정명령 불이행 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지난해 발의했다. 공정위 등 당국의 상조 서비스 감시·감독 확대가 필요하고, 법을 어기는 등 소비자를 기만할 경우 과태료를 비롯한 법적 조치를 강화해야한다는 게 골자다.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상조회사에 선수금 운용의 건전성 유지 의무를 부여하고, 고객의 돈을 목적 외로 유용하는 행위를 원천 차단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박상혁 민주당 의원 안도 선수금을 사금고로 활용하는 것을 막고 준법관리 및 연대책임, 실태조사·자료제출요청 근거를 명시했다.

부처 간 '칸막이 행정'도 거론되는 문제다. 현재 상조 서비스의 핵심인 '선수금(돈)' 관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맡고 있지만, 장례가 치러지는 '현장(시설)'은 보건복지부 소관으로 관리 주체가 이원화되다 보니 사각지대가 발생한다. 선수금 운용 현황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치는 게 아니라 필요시 금융당국과의 공동 감독 체계를 구축해 감시망을 촘촘히 짜야 한다는 지적이다.

재정 운용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시스템 구축도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소비자가 자신이 가입한 서비스의 선수금 규모는 물론 업체의 부채비율이나 지급여력비율 등 재무 건전성 지표를 실시간으로 비교하고 확인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바가지요금'과 '끼워팔기'를 근절하기 위해 품목별 단가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장례 서비스 표준 가격제'와 우수 업체를 선별하는 인증제 도입 등도 보완 제도로 꼽힌다.

이정선 을지대 장례지도학과 교수는 "선수금 50% 예치 규정 외에는 서비스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규제가 거의 없다보니 하청에 하청을 주는 다단계 구조로 운영하거나 고객을 특정 장지로 유도한 후 소개 비용을 받는 리베이트 등 현장 서비스에 대한 문제도 산적해있다"며 "상조 서비스가 국민 보편 서비스로 커진 만큼 이제는 그에 걸맞은 질적 관리와 강력한 자정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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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권 기자

머니투데이 금융부를 거쳐 지금은 산업2부를 출입하고 있습니다. 우리 생활과 가까운 기업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제보는 [email protected]

차현아 기자

정보미디어과학부, 정치부를 거쳐 현재 산업2부에서 식품기업, 중소기업 등을 담당합니다. 빠르게 변하는 산업 현장에서, 경제와 정책, 그리고 사람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순간을 기사로 포착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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