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사태 1달, '발등에 불' 나프타…"오늘 전쟁 끝나도 어렵다"

이란 사태 1달, '발등에 불' 나프타…"오늘 전쟁 끝나도 어렵다"

최경민 기자
2026.03.29 10:11
(여수=뉴스1) 김성준 기자 = 중동상황 장기화로 나프타 수급 차질로 인해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 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생산 시설 가동 중단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23일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 소재 기업 등에 따르면 LG화학 여수공장은 이날부터 여수산단 내 NCC 2공장 가동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사측은 나프타 공급이 원활해질 때까지 1공장만 가동할 예정이다. 사진은 25일 여수산단내 NCC 2공장 모습.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여수=뉴스1) 김성준 기자
(여수=뉴스1) 김성준 기자 = 중동상황 장기화로 나프타 수급 차질로 인해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 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생산 시설 가동 중단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23일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 소재 기업 등에 따르면 LG화학 여수공장은 이날부터 여수산단 내 NCC 2공장 가동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사측은 나프타 공급이 원활해질 때까지 1공장만 가동할 예정이다. 사진은 25일 여수산단내 NCC 2공장 모습.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여수=뉴스1) 김성준 기자

이란 사태가 1달을 넘기면서 석유화학 업계의 근심도 쌓이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 휴전이 조만간 이뤄진다고 해도 일정 수준의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동에서 나프타를 적재하고 출발한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 한국에 당도하기까지 23일 정도가 소요된다. 나프타는 석유화학 산업의 '쌀'로 불리는 기초·핵심 원료다. 나프타가 있어야 에틸렌·프로필렌을 만들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플라스틱·비닐·합성고무를 생산할 수 있어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력으로 사실상 막혀버린 호르무즈 해협이 당장 뚫린다고 하더라도 나프타 수급에 숨통이 트이는 건 4월 말쯤 가능하다. 전쟁 전까진 국내에 수입되는 나프타의 54%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왔다. 문제는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보유한 나프타 재고가 약 2주 분량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 점이다.

일단 정부는 국내에서 생산한 나프타의 수출 제한 조치에 나섰다. 나프타 수급이 흔들릴 경우 단순 플라스틱·비닐 품귀 현상에 그치는 게 아니라 전자·자동차·유통 전방 산업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업계도 NCC(나프타분해설비) 등 설비 가동률을 50~60%로 낮추며 공급 조절에 나선 상태다. LG화학은 여수 NCC 2공장의 가동을 멈췄고 롯데케미칼 여수공장은 정기 보수 작업을 3주 앞당겨 지난 27일부터 실시하기로 했다.

정부는 일단 나프타 수급 위기와 관련해 "4월은 넘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을 안정시키려 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이 느끼고 있는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러시아산 나프타 도입에 대한 기대감 역시 높지 않다. KB증권은 수입 가능한 러시아산 나프타의 총량이 22만~25만톤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의 2~3일치 나프타 수요에 불과해 도입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뜻이다.

결국 국내 NCC 등 석유화학 공장 가동률이 4월 중순을 지나면서 30~40%대까지 낮아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미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등 국내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이 고객사들에 불가항력(Force Majeure) 선언 가능성을 통보한 상태이기도 하다. 석유화학 기업들의 공급 감소는 곧 전방 제조업의 생산 역량에도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로이터=뉴스1) = 유조선들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 걸프만을 항행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로이터=뉴스1)
(로이터=뉴스1) = 유조선들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 걸프만을 항행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로이터=뉴스1)

전우제 KB증권 연구원은 "국내 NCC 들은 구조조정을 준비하던 터라 상대적으로 효율적 대응이 기대되지만 최대한 수출을 줄여도 국내 제조업 일부에는 소재 조달이 불가능할 것"이라며 "전쟁이 오늘 끝난다 해도 '정유사→NCC→다운스트림 투입→수출'까지 2~3개월 이상의 시간이 지나야 제조업이 정상화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석유화학 업계는 일단 정부의 정책 기조에 발맞추며 향후 상황에 대응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한국화학산업협회 관계자는 "국내 공급망 안정을 위한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하겠다"며 "업계와 정부가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정부의 조치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유 업계의 경우 5월까지는 버틸 체력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전쟁 후 UAE(아랍에미리트) 원유 2400만 배럴을 확보했고, 정유사들 차원에서도 중동 원유의 홍해 우회 등 대체 수급 시도를 진행한 결과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대체 도입선 확보 등 정유업계 차원의 원유 확보 역량을 총동원해 안정적인 공급 기반을 유지하겠다"며 "정부의 가격 안정화 조치에 긴밀히 협조하고 주요 석유제품의 국내 시장 우선 공급에 더욱 애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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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민 기자

안녕하세요. 산업1부 최경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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