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이 오히려 수출을 막는다고?…조선업계 'RG 패러독스'

국책은행이 오히려 수출을 막는다고?…조선업계 'RG 패러독스'

최경민 기자, 박소연 기자
2026.04.23 04:10

[MT리포트]조선업 마지막 열쇠 RG②과거와 다른 중형 조선사, RG가 절실한 이유

[편집자주] K조선은 최근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대형부터 중소 조선소까지 전 밸류체인이 모두 뱃고동을 울리며 글로벌 수주전에서 성과를 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업계 안팎에서는 금융권이 보수적인 RG(선수금환급보증) 발급 기조부터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형 및 중형 조선사 RG 한도 비중/그래픽=이지혜
대형 및 중형 조선사 RG 한도 비중/그래픽=이지혜

금융계가 과거와 달라진 조선업계의 구조를 반영해 중형 3사(대한조선(95,300원 ▲5,300 +5.89%)·케이조선·HJ중공업(31,000원 ▲3,000 +10.71%))에 대한 RG(선수금환급보증) 발급을 늘려 글로벌 선박 수주전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 부분에서 가장 소극적인 수출입은행의 변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형 조선 3사는 정부 측과 만나 RG 발급 확대의 필요성을 건의했다. 정부 측 역시 중형 조선사들의 이같은 애로를 진지하게 청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박 수주의 필수 조건이나 다름없는 RG와 관련해 중소 조선사들이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점에 공감대가 형성된 분위기다.

실제로 김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5년간(지난해 10월 기준) 국책기관별 RG 발급은 총 57조7620억원에 달했는데 이 중 51조7203억원이 대형 조선사(HD한국조선해양(463,000원 ▲35,500 +8.3%)·삼성중공업(31,800원 ▲1,600 +5.3%)·한화오션(135,000원 ▲3,800 +2.9%))에 집중됐다. 중형 3사에는 6조417억원만 배정됐다. 특히 수출입은행의 경우 이 기간 동안 가장 많은 RG 발급(35조원 이상)을 했는데 이 중 2307억원만 중형 조선사로 돌렸다. 비중으로 따지면 0.7% 수준이다. 지난해 12월 일부 중형 조선사에 RG 발급을 재개한 것까지 합쳐도 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책은행들이 중형 조선사 RG 발급의 물꼬를 터줘야 다른 시중은행들도 움직일텐데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의 수출을 장려해야 할 수출입은행이 조선사들의 선박 수출을 제한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일시적인 RG 병목이 발생하는 구간에 한해 수출입은행이 최소한의 RG를 분담해준다면 중형 조선사의 경영 정상화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형 조선사들은 RG가 부족하면 수주활동에 지장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모은다. 여기에 기존 수주 계약건이 취소되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앞서 2022년에 RG 발급을 받지 못해 중형 조선사 전체 수주의 약 44%에 해당하는 8척의 컨테이너선 수주가 취소됐던 사례가 있다.

수출입은행 최근 5년간 수출입은행 RG 발급 규모/그래픽=이지혜
수출입은행 최근 5년간 수출입은행 RG 발급 규모/그래픽=이지혜

이제는 국책은행과 금융기관들이 과거와는 다른 기준을 바탕으로 RG를 발급해줘야 한다는 게 중형 조선사들의 입장이다. 일단 신조선(새 배) 가격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조선업 사이클이 지속되면서 중형 조선사들이 일제히 적자를 벗어나 이익 규모를 키우고 있다. HJ중공업의 경우 중형 조선사 최초로 미 해군 MRO(유지·보수·정비) 사업을 따내는 등 마스가(MASGA·미국 해군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의 일원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아울러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중형조선사 RG 지원에 대한 면책특례 제도를 시행하는 등 금융기관의 책임 부담 역시 완화된 상황 속에서 글로벌 선박 수주전을 금융권이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유상철 HJ중공업 대표는 "구조조정을 통해 남은 중형 조선사 3사는 RG 발급 미비로 인한 병목 상태"라며 "배 가격이 오르고 수주량도 늘어난 현 시점에서는 더 많은 물량을 커버할 RG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한편 수출입은행은 중소형 조선사 RG 발급 확대와 관련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HJ중공업의 경우 아직 구조조정 채권이 남아있다"며 "분할상환 중인 상황에서 신규로 여신을 지원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주채권은행(산은) 주도로 구조조정의 틀 안에서 공동의 지원방안을 마련하는게 맞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최경민 기자

안녕하세요. 산업1부 최경민 기자입니다.

박소연 기자

기사로 말하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