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수준 정제·수출역량… 산유국도 '믿고 쓰는 한국산'

세계 최고수준 정제·수출역량… 산유국도 '믿고 쓰는 한국산'

박한나 기자
2026.05.19 04:03

韓 정유4사서 하루 337만배럴, '글로벌 톱5' 정제 능력
고도화 설비기반 고부가제품 강점… 美·호주서도 '손짓'

한국 정유기업들의 몸값이 중동전쟁 발발 이후 치솟고 있다. 원유 한 방울 나지 않는 국가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정제·수출 인프라를 갖춘 데다 위기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석유제품 공급이 가능하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공급선으로 떠올라서다.

현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국산 석유제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SK에너지와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국내 정유4사와 접촉을 늘리는 상황이다. 지난 14일 뉴질랜드 정부 관계자들이 SK에너지 본사를 직접 방문, 한국산 석유제품의 안정적인 공급 협조를 요청한 게 대표적이다.

현재 뉴질랜드는 석유제품 전량을 사실상 해외에서 조달한다. 뉴질랜드 석유제품 수입시장에서 지난해 한국산 비중이 약 40.7%에 달한다. 뉴질랜드가 2018년 석유·가스 탐사금지 정책을 도입한 데 이어 2022년에는 자국 내 유일한 마스든포인트 정유공장까지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한국과 싱가포르, 중국 등 아시아 대형 정유사들이 더 저렴하고 효율적으로 석유제품을 생산하면서 경제성을 이유로 공장을 폐쇄한 것이다. 뉴질랜드 입장에서는 이미 한국산 석유제품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공급차질 가능성 자체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SK 측도 뉴질랜드와 오랜 기간 공급 협력을 이어온 만큼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서도 안정적으로 석유제품 생산과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질랜드 외에도 호주와 일본, 미국 등 주요 수입국들은 한국 정유기업들과의 협력강화를 잇따라 요청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경유 수출제한을 자제해달라는 의견을 전달했으며 미국은 항공유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협조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항공유 수입품의 68.6%를 한국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미국 서부지역(PADD 5)은 한국으로부터 85%를 수입한다. 공급차질 우려가 커질수록 시장의 시선이 한국 정유업계로 향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중동 리스크 이후 주요국의 ‘K-정유 러브콜’ 현황/그래픽=김다나
중동 리스크 이후 주요국의 ‘K-정유 러브콜’ 현황/그래픽=김다나

호주도 마찬가지다. 호주 외교부는 최근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한국 측에 석유제품 공급지속을 확약받았다고 밝힌 데 이어 한국 정부와 '한국-호주 에너지자원 안보 공동성명'을 통해 경유, LNG(액화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원의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공급유지에 대한 협력을 맺기도 했다. 현재 호주는 석유제품의 약 90%를 한국·일본·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국가에서 들여온다. 한국은 호주의 최대 석유제품 공급국으로 전체 수입시장의 약 29.1%를 점유한다.

한국 정유업계가 이같은 '러브콜'을 받는 배경에는 안정적인 생산·수출 역량이 자리한다. 국내 정유4사는 하루 약 337만배럴에 달하는 세계 5위권의 정제능력을 보유했다. 단일 공장 기준 세계 5위권 내 3곳이 국내 정유사의 원유 정제공장이다. 대규모 설비는 비용을 낮추는 핵심 요인인 만큼 정제능력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다.

특히 2007년부터 2024년까지 약 34조원을 투자해 갖춘 아시아 최고 수준의 고도화 설비를 기반으로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수출한다. 중동사태 이후에는 비중동산 원유 도입비중을 빠르게 확대하면서 석유류 공급망 안정화에도 주력한다. 기존 중동산 중질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홍해 인근 얀부항과 푸자이라항을 활용한 우회조달에 나서는 동시에 미국산 경질유와 캐나다·에콰도르산 중질유 확보를 병행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이 확대될수록 안정적인 생산과 공급역량을 갖춘 정유사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며 "최근 중동사태를 계기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한국 정유업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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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나 기자

안녕하세요. 산업1부 박한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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