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조합의 천문학적 성과급 요구로 불거진 삼성전자(275,500원 ▼5,500 -1.96%) 사태가 대한민국에 던진 숙제는 무겁다. AI(인공지능) 전환 시대를 맞아 우리 사회가 과거에는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문제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갈등 이슈에서 가장 큰 파장은 '영업이익 N%' 성과급 요구로 꼽힌다. 세계 기업사에서 유례가 없는 이같은 노조의 주장은 상상 못할 메모리반도체 산업의 이익에서 비롯됐다. AI발 슈퍼사이클(초호황) 덕에 하늘이 내린 기회를 맞은 우리 반도체 기업의 역대급 실적이 오히려 부메랑이 된 셈이다.
이런 요구는 최근 호황기를 맞고 있는 조선·방산 등 다른 기업들의 노사 협상으로 번지고 있다. 눈앞에 엄청난 이익이 보이니 직원들이 먼저 가져가겠다고 달려드는 꼴이다. 이에 주식회사의 주인인 주주는 물론 함께 성과를 만들어온 협력업체 등 산업 생태계, 정책적 지원과 배려를 쏟아온 국가와 국민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AI시대에 수익 산업의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는 가운데 이에 따른 이익배분의 문제는 이제 '사회적 합의'의 영역으로 넘어온 것이다.
우리나라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의 '노노갈등'의 민낯도 드러났다. 그간 한국의 첨단산업을 이끌며 최고의 직장인을 상징하던 '삼성맨'의 자부심은 온데간데 없고 이익 앞에 서로를 비난하는 모습만 연출됐다. 반도체(DS)부문 위주의 과반 노조는 실적이 부실한 DX(디바이스경험)부문 등을 협상 과정에서 사실상 배제했고 성과급에서 소외된 이들은 법적 대응까지 나섰다. 직원들은 임원진 등을 노골적으로 비난했고 '회사에 치명적 타격을 주자'는 식의 자해적 선동이 공공연히 나왔다.
이런 내부 갈등은 최대 100조원으로 추산되는 이번 사태 손실액과 별개로 더 큰 손해로 닥쳐올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조직문화 훼손은 그 어떤 피해보다 복원이 힘들고 기업 경쟁력에 치명적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1970년 분신한 전태일 열사 이후 50년 이상 우리나라 노동운동을 상징해온 연대·책임의식도 내팽겨쳐졌다. 조합원 7만명 이상으로 단일 사업장 내 우리나라 최대 노조인 삼성전자 초기업노조는 일련의 투쟁 과정에서 고액 성과급을 요구하며 철저히 '사익 추구'의 모습을 보였다. 전통적 노동운동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이원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삼상전자 노조의 집단 행동은 실제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별도로 노동을 둘러싼 사회적 합의에 일대 균열을 가져올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