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이클 자원강국]<2>자원 안보 지키는 도시광산 ③희토류 리사이클의 선봉 고려아연

"탈중국 공급망 구축이라는 흐름 속 리사이클링 기술은 더 큰 의미를 가질 것입니다."
지난달 5일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서 만난 최헌식 기술연구소장은 핵심광물 리사이클링 산업의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했다. 최 소장은 "현재 글로벌 핵심광물 공급망은 특정 국가에 상당 부분 집중돼 있다"며 "이 같은 구조에선 지정학적 갈등이나 수출 통제, 물류 차질이 발생할 경우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리사이클 기술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라고 덧붙였다.
비철금속 제련기업인 고려아연은 자원순환 기업으로의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태양광 폐패널을 포함해 전자폐기물, 폐배터리 등 자원순환 사업에 힘을 주고 있다. 특히 올해는 희토류 리사이클에 집중하고 있다. 희토류는 전기차 구동모터와 풍력발전, 방산, 반도체·전자부품 등에 쓰이는 핵심 소재다. 분리·정제와 영구자석 등 가공 공급망에서 중국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만큼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고려아연은 지난 3월 폐모터에서 희토류 혼합물을 회수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혼합희토류를 경희토류와 중희토류로 각각 분리·정제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희토류는 용도에 따라 필요한 원소가 달라 혼합 상태로는 활용에 한계가 있다.
첨단산업 등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중희토류 분리·정제 분야는 기술 난이도가 높아 그동안 중국이 전 세계 상업 생산을 주도해 왔다. 호주 라이너스 등 일부 해외 기업도 중희토류 분리·상업 생산에 나서면서 비중국 공급망 구축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고려아연 역시 중희토류 생산 역량 확보를 목표로 관련 기술 개발을 추진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의 경·중희토류 분리 기술은 현재 파일럿 단계 개발 진행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최 소장은 "생화학 기반의 희토류 분리·정제 기술을 가진 미국의 알타리소스테크놀로지와의 협력을 통해 폐영구자석으로부터 핵심 희토류를 회수하고 이를 다시 첨단산업에 공급할 수 있는 순환형 공급망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현재 기술 고도화와 상업화 검증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는 국내 온산제련소의 제련·정련 기술과도 연계해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사업 고도화를 위해 글로벌 빅테크(대형 기술기업) 및 인공지능(AI) 기업들과의 협력 역시 검토하고 있다. 전자폐기물, 폐배터리, 폐영구자석 등 다양한 2차 원료의 발생량과 품질, 금속 함량, 예상 회수율을 통합적으로 분석하면 어떤 원료를 어디에서 확보하고 어느 거점에서 처리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지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2차 원료 수거와 자원순환 사업의 최종 수요자로서 데이터센터를 건설 및 운영하는 기업들과의 협력 가능성도 거론된다.
최 소장은 희토류 리사이클링의 가장 큰 장벽으로 원료 조달을 꼽았다. 이를 위해 글로벌 주요 희토류 원료 공급 기업과의 협력을 추진 중이다. 희토류 확보가 국가 차원의 과제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최 소장은 '사명감' 역시 강조했다. 그는 "핵심광물과 산업금속의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고, 한국은 물론 미국·호주 등 우방국 중심의 자원안보 강화에 기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