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감정평가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유독 눈에 띄게 늘어난 풍경이 있다. 의뢰인이 "AI에게 물어보니 토지 보상금을 잘 받으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던데요?"라고 질문하는 경우다.

인공지능 기술이 급격히 발전함에 따라 토지 보상, 재개발·재건축 감정평가, 상속·증여세 절세를 위한 시가 인정액 산정 등 복잡하고 전문적인 분야까지 AI에게 손쉽게 조언을 구하는 시대가 되었다. 몇 초 만에 그럴듯한 법률 조문과 감정평가 이론을 조합해 답변을 내놓는 AI를 보면, 당장이라도 문제가 해결될 것 같은 기대감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현직 감정평가사로서 AI가 제안한 답변을 함께 검토할 때마다 기대보다는 우려와 놀라움이 앞설 때가 많다. AI가 제시한 전략 중 상당수가 개별 부동산의 구체적인 특성을 왜곡하거나 오인한 상태에서 작성되어, 오히려 의뢰인에게 치명적으로 불리한 위험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AI 모델이 부동산 감정평가 분야에서 갖는 가장 큰 한계는 '지극히 일반적인 이론'으로 '극도로 개별적인 현안'을 풀려고 한다는 점이다.
감정평가의 핵심은 개별 부동산이 가진 조건, 즉 '개별성'에 있다. 따라서 감정평가는 결국 의뢰인의 상황에 맞게 어떤 방식으로 설계하고, 차별화하는 것이 유리할지에 대한 고민이 중요하다.
감정평가의 목적과 시기, 시점, 과거의 연혁과 현재의 이용상황 및 개별 의뢰인이 처한 사정 등 수많은 변수가 어우러져 A에게는 최선의 정답이 B에게는 손해일 수도 있는 극단성도 흔히 발생한다. 하지만 AI는 대중에게 공개된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장 무난하고 표준적인 수사를 조합해 낸다. 문제는 부동산 시장과 보상 현장에서는 "일반적으로는 맞는 말"이 "내 상황에는 독이 되는 말"이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 의뢰인은 AI와 함께 열심히 전략을 구상 중이었는데 비전문가였던 의뢰인이 작성하는 프롬프트의 한계와 인공지능이 알 수 없는 해당 부동산의 특수성 때문에 완벽한 오답을 받아 필자에게 상의를 해왔다. 최근에 너무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현실적으로 감정평가 비전문가가 자신의 부동산에 숨겨진 공법상 제한, 숨은 호재와 악재, 감정평가 실무상의 미세한 쟁점, 최신 동향을 빠짐없이 파악하여 AI에게 질문할 수 있을까?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프롬프트 작성을 위한 변수를 추출하는 과정 자체가 이미 전문적인 통찰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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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감정평가 영역의 특성상 AI가 수집할 수 없는 자료의 검토는 무조건 생략된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아무리 뛰어난 AI라 할지라도 잘못된 전제 위에서는 잘못된 답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앞으로 인공지능의 사용은 더욱 늘어나고 다양해질 것이며, 실제로 각종 AI 도구를 업무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전문가도 획기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우리는 모두 거부할 수 없는 변화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인공지능은 감정평가의 기초 개념을 이해하거나 대략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보조적인 참고서로 활용하기에 진정으로 훌륭한 도구다.
그러나 소중한 재산권이 걸려 있는 보상 관련 전략, 재개발·재건축, 경매, 상속·증여 절세 전략을 수립하는데 AI의 거친 일반론에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럴듯하지만 부정확한 정보에 현혹되기보다는 수많은 현장 경험과 전문적 식견을 갖춘 감정평가사의 정밀한 일대일 진단과 구체적 판단이 필수적이다. /글 로안감정평가사사무소·토지보상행정사사무소 박효정 감정평가사·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