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수주액 전년 연간 기준 90% 상회…생산능력 증설 검토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의 빅테크(대형 기술 기업) 수주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립의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HD현대일렉트릭(772,000원 ▲56,000 +7.82%)은 글로벌 빅테크 3개사와 대규모 장기 공급계약을 협의 중이다. 계약 규모는 지난달 빅테크 A사와 체결한 1조1000억원 규모와 비슷한 수준으로, 전력변압기와 배전변압기를 함께 공급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사와는 2029~2030년 납품을 목표로 기존 계약을 웃도는 규모의 추가 물량 수주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당초 계획대로 발주가 이뤄질 경우 전력사업 내 AI 데이터센터용 수주 비중이 지난해 1.8%에서 올해 6.3%, 내년에는 16%까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S(329,000원 ▲28,500 +9.48%)일렉트릭도 올해 상반기에만 북미 빅테크 기업으로부터 약 1조2000억원 규모의 수주를 확보한 상태다. 초고압 변압기부터 고압·저압 배전반, 전력관리시스템까지 AI 데이터센터 전력 설비 전반을 공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며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상황이다. 경쟁사인 효성중공업(2,985,000원 ▲330,000 +12.43%)과 일진전기(61,100원 ▲5,000 +8.91%) 등에도 빅테크들의 공급 문의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미 지역 에너지사업자뿐 아니라 빅테크와의 계약 가능성이 커지면서 상반기(1~6월) 수주 누적액이 이미 지난해의 90%를 웃도는 업체들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효성중공업의 상반기 누적 신규 수주는 7조4981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수주액(7조6000억원)의 99%에 달하고 있다. LS일렉트릭도 상반기 수주액이 3조2000억원을 기록, 지난해 실적(3조7000억원)에 근접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같은 기간 32억3700만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해 지난해 연간 수주액(약 42억7000만달러)의 76% 수준을 달성했다.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은 연초 제시한 연간 신규 수주 목표를 잇달아 상향 조정하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최근 연간 신규 수주 목표를 8조4000억원에서 12조원으로 높였다. HD현대일렉트릭도 기존 42억2200만달러에서 51억8500만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2029~2030년 공급 물량을 일찌감치 협의하는 등 강한 수주 모멘트는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공급자 우위 시장이 형성되면서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은 북미 생산능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추가 증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HD현대일렉트릭은 미국 앨라배마 제2공장 신축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 4월 증설이 완료되면 연간 전력변압기 생산능력은 약 50% 확대될 전망이다. 효성중공업은 미국 멤피스 공장의 3차 증설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28년까지 생산능력을 50%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LS일렉트릭도 미국 유타주의 'LS일렉트릭 유타'와 텍사스주의 '배스트럽 캠퍼스' 등 주요 생산 거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유타 지역 증설은 내년 하반기 완료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공급 능력이 고객사들의 문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며 "빅테크용 제품 패키지를 구성하는 등 맞춤 전략을 통해 시장을 선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