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한화에어로스페이스(1,177,000원 ▲31,000 +2.71%)가 차륜형 K9 자주포(K9MH)를 앞세워 미국 방산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시작은 시제품 6문이지만 미 육군의 4년간 시험평가를 통과하면 최대 500문, 10조원 안팎의 사업으로 몸집이 커질 수 있다. 이번 계약이 세계 최대 방산시장인 미국을 향한 '마수걸이 수주'로 평가되는 배경이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국법인인 한화디펜스USA가 기동전술포(MTC) 시제품 개발·공급 사업자로 선정됐다. 우선 1417억원 규모의 차륜형 K9 자주포 시제품 6문을 공급하고 향후 12문을 추가할 수 있는 계약이다. 총 18문까지 납품이 이뤄지면 계약 규모는 약 3715억원(2억6290만3274달러)까지 늘어난다.
한화는 일단 4년 후 본계약을 마무리하는게 목표다. 미 육군은 앞으로 K9MH를 운용하며 성능과 신뢰성, 자국 탄약과의 호환성, 현지 생산 능력 등을 검증한다. 이같은 시험평가를 마친 뒤 전력화 여부와 양산 규모를 결정한다. 한화의 K9MH는 독일 라인메탈과 영국 BAE시스템스 등 쟁쟁한 글로벌 방산업체들을 모두 물리치고 시제품 사업자로 선정된 만큼 본계약 수주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미국은 K9이 그간 뚫지 못했던 시장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있다. 앞서 한화는 유럽과 아시아·태평양, 중동으로 K9 공급 시장을 넓혀왔지만 미 육군의 차세대 무기체계 사업에 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50년 6·25전쟁 당시 미국의 포병전력을 지원받은 후 76년만에 미국의 포병전력과 방산 재건을 우리나라가 지원하게 된 것이다.
이번 계약은 한화(83,800원 0%)가 2017년 북미 최대 규모 지상 방산전시회(AUSA)를 시작으로 미국 시장을 두드린지 9년 만의 결실이기도 하다. 당시 한화는 수십톤(t)에 이르는 실물 K9과 비호복합 장갑차를 미국 전시장까지 직접 수송했다. 이후 수도인 워싱턴 D.C.에 미주법인을 신설하고 전 주한미군사령관, 미국 행정부 전직 관료, 글로벌 방산기업 출신 인사를 영입하며 현지 사업 기반을 다져왔다.
김승연 회장과 김동관 수석부회장 2대에 걸친 그룹 내 방산 육성 의지도 이를 뒷받침했다. 김 회장은 방산을 국가 안보와 직결된 산업이자 글로벌 수출산업으로 키워왔다. 2000년대 초 천무 개발 당시 매몰비용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실패해도 좋다"면서 "자주국방을 위한 기술은 남을 것"이라며 개발을 독려한게 대표적이다. 빌 클린턴·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헤리티지재단 창립자 에드윈 퓰너 등과 오랜 기간 쌓아온 대미 네트워크도 미국 사업 확대에 힘을 보탰다.
김 수석부회장은 이를 구체적인 사업 전략으로 이어갔다. 무엇보다 2014년 삼성테크윈과 두산DST 인수, ㈜한화 방산부문과의 합병을 이끌며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기틀을 마련한게 눈에 띈다. 이후 미 육군의 자주포 수요 변화를 일찌감치 포착해 차륜형 K9 개발과 미국 현지 투자를 추진한 것이 이번 계약으로 연결됐다. 글로벌 방산기업 출신 인재를 잇달아 영입하는 등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단행한 선제 투자도 결과적으로 효과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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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관계자는 "2대를 이어온 방산 육성 의지와 글로벌 네트워크, 치밀한 전략적 리더십은 미국 자주포 수출과 해군 함정 사업을 동시에 성사시킬 수 있는 발판이 됐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