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정유공장에 'AI 두뇌' 얹었다…SK이노 울산CLX 가보니[르포]

60년 정유공장에 'AI 두뇌' 얹었다…SK이노 울산CLX 가보니[르포]

울산=박한나 기자
2026.09.14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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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울산Complex 전경사진./사진=SK이노베이션
SK울산Complex 전경사진./사진=SK이노베이션

지난 10일 울산 남구에 위치한 SK이노베이션(135,700원 ▼9,100 -6.28%) 울산 콤플렉스(CLX)에 들어서자 서울 여의도의 약 3배에 달하는 250만평 부지에 거대한 원통형 저장탱크와 높게 솟은 철골 구조물이 펼쳐졌다. 그 사이로 굵기가 제각각인 수천개의 파이프라인이 90도로 얽혀 끝없이 뻗어 있었다. 파이프라인을 모두 이으면 약 60만㎞로 지구에서 달까지 갔다가 절반 이상 돌아올 수 있는 거리다. 98개 공정을 잇는 철골에 내려앉은 갈색 녹은 1964년 가동을 시작한 공장의 세월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겉모습만 보면 영락없는 60년 된 정유공장이지만 중질유분해공정(HOU) 조정실 문을 열자 풍경은 달라졌다. 벽면을 가득 채운 수십 대의 대형 모니터에는 온도와 압력, 설비 상태 등을 보여주는 수치와 그래프가 실시간으로 움직였다. 엔지니어들이 모니터를 주시하는 사이 인공지능(AI)은 쉴 새 없이 쌓이는 공정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운전 조건을 계산하고 있다. AI가 제시한 값을 토대로 엔지니어가 최종 판단해 운전 조건을 조정한다. SK이노베이션이 AX(인공지능 전환)를 '공장 자동화'가 아니라 AI와 현장 엔지니어의 경험을 결합한 '듀얼 브레인'으로 정의한 이유다.

정창훈 울산CLX 제조AI팀장은 "설비 평균 나이가 약 33년이고 60년대와 70년대, 90년대에 지어진 설비가 섞여 있어 관리가 굉장히 어렵다"며 "98개 공정이 서로 연결돼 있어 최적으로 운전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250만평에 달하는 공장에는 사람이 미처 살피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며 "사람의 시간적·물리적 한계를 AI로 보완해 우리 업의 본질적인 문제를 극복하는 것이 AI 활용의 취지"라고 말했다.

정 팀장은 "생산 최적화 분야에서는 현재 머신러닝 모델 7개를 개발해 활용하고 있으며 수율과 제품 성상 등을 실시간으로 예측하는 'AI 센서'도 30개 이상 적용했다"며 "특히 공정에 공급되는 스팀도 최적 운전점을 찾는 모델을 적용 중이며 향후 연료와 수소, 전기로 확대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정창훈 울산CLX 제조AI팀장이 지난 10일 울산 남구 SK이노베이션 울산 콤플렉스(CLX)에서 듀얼 브레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박한나 기자
정창훈 울산CLX 제조AI팀장이 지난 10일 울산 남구 SK이노베이션 울산 콤플렉스(CLX)에서 듀얼 브레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박한나 기자

AI는 설비의 이상징후를 찾아내는데도 활용된다. 울산CLX가 자체 개발한 회전기기 모니터링 플랫폼 'SKADI'는 펌프와 압축기 등 회전기기의 진동, 온도, 주파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이상징후와 원인을 파악한다. 엔지니어가 설비를 점검한 뒤 내린 판단과 조치 결과는 다시 데이터로 축적된다. SK이노베이션은 오는 2027년까지 '예측(Prediction AI)'를 개발해 필요한 정비 방안까지 제시하도록 고도화할 방침이다.

안전 분야에서는 통합 관제 플랫폼 '쉴드(SHEILD)'도 구축해 운영 중이다. 설비관리시스템과 지리정보시스템(GIS), 스마트 작업허가시스템 등 그동안 디지털 전환(DX)을 통해 축적한 정보를 하나의 플랫폼에 모은 것이다. 고위험 작업이 어느 지역에서 진행되는지, 작업허가 절차에 이상은 없는지 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앞으로는 비전언어모델(VLM)이 CC(폐쇄회로)TV 영상을 분석하고 AI 에이전트가 관제 역할까지 맡도록 한다는게 SK측 계획이다.

로봇과 드론도 이 플랫폼에 연결된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로봇개 1대를 현장에 투입하고 있으며 약 10대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존 3대인 설비 점검용 드론도 추가로 도입해 CCTV 사각지대 순찰과 이상 상황 확인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 CLX의 AX 목표는 숫자로도 확인이 가능하다. 정 팀장은 "울산CLX 전체를 통합 최적화해 2030년까지 연간 약 1000억원의 생산성 향상을 달성하고 설비 가동정지와 중대재해 '제로(Zero)'를 구현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울산CLX에서 개발·검증한 제조 AI를 외부 사업으로 확장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0일부터 사흘간 울산시 울주군 울산전시컨벤션센터(UECO)에서 열린 울산세계미래산업박람회(WAVE2026)에 전시된 SK이노베이션 울산CLX의 드론./사진=박한나 기자.
지난 10일부터 사흘간 울산시 울주군 울산전시컨벤션센터(UECO)에서 열린 울산세계미래산업박람회(WAVE2026)에 전시된 SK이노베이션 울산CLX의 드론./사진=박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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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나 기자

안녕하세요. 산업1부 박한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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