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에너지: 지속가능한 성장의 길]
<2>핀란드가 뜨는 이유, 데이터센터 '생태계'
②데이터센터에서 버려진 열→난방열로 재활용
데이터센터 에너지 효율↑·난방 탄소배출↓ '윈윈'

핀란드 수도 헬싱키 도심 서쪽 루오홀라흐티 일대. 사무실들이 밀집한 빌딩가 인근에 붉은 벽돌 건물 위로 거대한 굴뚝이 솟아 있다. 지난해 4월 석탄을 이용한 전기·열 생산을 멈춘 살미사리 발전소다. 살미사리 발전소의 석탄 사용 종료와 함께 헬싱키는 에너지 생산에 석탄을 쓰던 시대를 마감했다.
2022년만 해도 헬싱키 시영 에너지 기업 헬렌의 지역난방 생산에서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은 60%가 넘었다. 헬싱키 지역난방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헬렌이 지난해부로 석탄 사용을 끝냈지만 헬싱키 난방 공급은 안정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석탄의 빈자리를 히트펌프, 전기보일러, 바이오에너지 등과 함께 데이터센터에서 버려지던 열이 채워 넣고 있어서다.

폐열로 도시 난방…데이터센터도 냉각 부담 덜어
지난달 14일 헬싱키 소재 헬렌 본사에서 만난 미카 린드홀름 헬렌 데이터센터 폐열 솔루션 총괄은 2030년까지 헬싱키 지역난방 열 수요의 10%를 데이터센터 폐열로 공급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석탄발전소들을 폐쇄했기 때문에 데이터센터가 필요하다"며 "데이터센터에서 나오는 열은 미래에 기저부하를 담당하는 열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중 꾸준히 발생하는 폐열이 도시의 지속적인 열 수요를 뒷받침할 수 있다는 뜻이다.
헬렌이 데이터센터 폐열을 지역난방에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십수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데이터센터 기업 에퀴닉스와 2009년경 논의를 시작해 2010년부터 데이터센터에서 회수한 열을 헬싱키 지역난방망에 공급했다. 대기 중으로 버려지던 열을 회수해 히트펌프로 온도를 높인 뒤 가정과 사업장의 난방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린드홀름 총괄에 따르면 현재 헬렌의 지역난방 시스템에는 데이터센터 11곳이 연결돼 있다.
이튿날 찾은 헬싱키 소재 텔리아(Telia) 데이터센터에서도 이 같은 순환 시스템이 작동 중이었다. 2018년 문을 연 이 데이터센터는 설계 단계부터 열 회수를 염두에 뒀고, 2023년부터 헬렌과 손잡고 열 회수 설비를 가동했다.
폐열 회수는 데이터센터 입장에서도 이득이다. 텔리아 시설에 설치된 히트펌프는 헬렌이 소유·운영하고, 텔리아는 회수한 열을 헬렌에 판매한다. 텔리아의 투오마스 코이톨라 글로벌 영업 총괄은 "냉각설비 가동 부담을 줄여 운영 효율을 높이는 것이 최대 이점"이라고 했다. 열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데이터센터 냉각수의 온도도 낮아져 별도 냉각설비의 부담이 줄어드는 것이다. 외부의 찬 공기를 활용한 냉각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여름철에 특히 유용하다.

탈석탄 넘어 '태우지 않는 난방'으로
기업들의 열 회수 투자를 유도한 배경 중 하나는 세제 혜택이다. 핀란드는 에너지 재이용 또는 효율 요건을 충족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데이터센터에 올해 6월까지 낮은 전기세율을 적용했다. 폐열 회수는 이러한 세제 혜택의 요건을 충족하는 데 도움이 됐다. 이 같은 정책적 지원이 더해지면서 2010년 전후부터 데이터센터 사업자와 에너지 기업들이 협력해 구축해 온 폐열 회수 시스템은 핀란드 데이터센터 경쟁력의 한 축을 이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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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던 열을 기존 지역난방망으로 보내 가정과 사업장의 난방에 활용하면 지역사회도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는 데이터센터에 대한 주민 수용성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핀란드 카야니시에서도 지역 에너지 기업이 데이터센터들과 폐열 활용 계약을 맺고, 기존 연소 중심의 난방 공급을 폐열과 전기보일러 중심으로 바꾸고 있다. 리스토 해맬래이넨 카야니시 개발국장은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시 지역난방의 80% 이상은 데이터센터 폐열로, 나머지는 새로운 전기보일러로 생산될 것"이라고 했다.
데이터센터 폐열의 지역난방 활용은 에너지 전환과 탈탄소 목표 달성에도 기여한다. 헬렌은 탈석탄을 넘어 2040년까지 연료를 태우지 않는 에너지 생산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석탄·가스뿐 아니라 나무 등 바이오매스의 연소도 중단하고, 폐열 회수와 전기 기반 열 생산을 확대해 탄소 배출을 더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린드홀름 총괄은 "데이터센터 폐열을 활용하면 전기보일러나 바이오매스를 쓸 때 따로 생산해야 할 열을 줄일 수 있다"며 "헬싱키에서 데이터센터는 단순한 에너지 소비처가 아니라 전체 에너지 시스템의 일부"라고 했다.
※본 기획 취재는 한국기자협회와 기후미디어허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