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점심값이 절약돼요. 과식하지 않으니까 몸에도 좋아요."
논술·독서교육업체 한우리열린교육의 이혜련 대리(30)는 매일 아침 도시락을 싸서 점심시간이면 동료들과 둘러앉아 먹는다. 점심값을 아끼는 데다 조미료를 많이 쓰는 기름진 식당 음식을 먹지 않아도 되니 건강도 부쩍 좋아졌다. 이 대리는 "직원 100명 중 30%는 도시락족"이라며 "대부분 여성이지만 남자직원도 있다"고 말했다.
도시락이 돌아왔다. 계속되는 먹을거리 불안에 경기불황이 겹치면서 생활비를 아끼고 건강도 챙기려는 직장인들 사이에서 도시락붐이 일고 있다.
락앤락의 온라인몰(www.locknlock.com)에서는 이달 보온밥통과 반찬통(찬합)을 포함한 도시락세트 판매량이 1월 같은 기간보다 20% 늘었다. 현대백화점에선 올해 1~2월 도시락용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0% 증가했다. 업계에선 직장인들의 도시락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말 취업포털 커리어의 조사에 따르면 최근 경기불황에 도시락을 싸기 시작한 직장인 대부분이 그 이유로 식비 절약을 꼽았다. 이혜련씨를 비롯한 직장인 도시락족은 "정확한 계산은 어렵지만 대개 한달에 10만~15만원을 쓰던 점심값이 반 이상 줄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단순히 생활비를 절약한다는 이유라면 싼 식당을 찾아다니는 게 나을 수 있다. 도시락은 먹기엔 간편하지만 준비하기가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다.
이에 도시락문화도 진화하고 있다. 온라인정보 공유는 필수다. 커뮤니티사이트 '비법닷컴'의 '여보의 도시락' 카페에는 도시락 만들기 동영상 강의를 보고 질문을 남기는 회원이 부쩍 늘었다.
이외에도 수천명의 회원을 거느린 도시락 관련 카페와 자신만의 도시락 요리법(레시피)을 선보이는 블로그가 성황이다.
도시락을 간편하게 쌀 수 있게 하는 보조상품도 인기다. 대형마트에선 삼각김밥 만들기 세트, 달걀을 다양한 모양으로 말 수 있는 김밥틀 등을 비롯해 김밥 한 줄만 들어가는 김밥용 밀폐용기, 뭉개지기 쉬운 바나나를 넣을 수 있는 바나나케이스도 등장해 인기를 끈다.
이씨는 "반찬은 집에 있는 것을 저녁에 싸두고 아침엔 밥만 담으면 된다"며 "설거지 거리와 음식쓰레기도 줄일 수 있어 여러 모로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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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이 지니는 상징적 의미에 주목하는 시선도 있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불황일수록 '믿고 의지할 곳은 가족뿐'이란 심리가 강해진다"며 "도시락에는 단순히 끼니를 해결한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도시락을 싸는 직장인은 급식세대가 아니다. 학창시절 '엄마표' 도시락을 싸다니던 이들에게 도시락은 가족, 특히 어머니의 정성과 사랑을 상징한다.
내수침체, 임금삭감 등 우울한 소식이 이어지면서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시기에 도시락이 상징하는 '엄마'가 직장인들에게 심리적 지원자가 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