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유통의 진정한 경쟁력은 건물이 아니라 서비스
최근 홍콩의 쇼핑 시설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홍콩은 이른바 '쇼핑 천국'이라는 위상에 걸맞는 유통 기반을 갖춘 곳이다.
면세 제도에 기반한 물류 대국인 홍콩에는 '없는 것이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유통되는 상품의 종류와 물량이 많다. 세계적 명품 매장이 대부분 입점한 거대 복합 쇼핑몰도 즐비하다.
각 쇼핑 매장건물이 특수 건축공법을 통해 1km 이상 길게 이어진 하버시티 쇼핑몰이나 국제금융센터(IFC) 등 거대 복합쇼핑몰은 거대한 위용을 자랑한다. 뿐만 아니라 매장별 특징을 갖춘 쇼핑 단지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홍콩의 대형 유통시설에는 한국과는 다른 특징이 2가지가 있다. 우선 각 층간 에스컬레이터가 바로 이어지지 않는다. 한 층을 올라가서 다음 층으로 가려면 몇 미터라도 더 돌아가야 한다. 그 동안 몇 개 매장이라도 더 둘러보게 하려는 상술이다.
통로 중간에 앉아 쉴 수 있는 의자도 없다. 쉬고 싶으면 매장에 들어가거나 돈을 내고 음료수를 파는 가게에 들어가야 한다. 이렇듯 철저한 비즈니스 마인으로 돌아가는 홍콩이 '쇼핑 대국'이 된 건 물류와 유통시설 덕분만이 아니다.
현지 유통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홍콩 유통업계의 진정한 자랑은 '세계 최고의 서비스'다. 친절함은 기본이며 원활한 물류 덕분에 하나를 더 사면 싸게 주는 세일 행사가 평소에도 많다. 또 손님이 원하는 모델이 매장에 없다면 빠른 시간 안에 다른 매장에서 모델을 찾아주기도 한다.
심지어 속옷조차도 입어보고 고를 수 있을 정도다. 만약 입어보고 착용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냥 나와도 아무 문제없다. 게다가 '마음에 드는 물건을 갖추지 못해 미안하다. 다음에 오면 꼭 마음에 드는 물건을 구비해 놓겠다'라는 인사까지 들을 수 있다.
한국에도 최근 문을 연 영등포 타임스퀘어를 비롯해 홍콩이 부럽지 않은 시설을 갖춘 거대 복합쇼핑몰이 앞으로 계속 들어설 전망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다. 점점 거대해지는 유통시설 이상으로 물류와 서비스를 개선하려는 정부와 유통업계의 노력이 더 커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