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동안 싸구려 트레이닝복 입고도 잘만 다니더니…. 언젠가부터는 동네 뒷산가면서 수십만원짜리 아웃도어 의류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무장을 하고 나가지 뭐야. 누가보면 히말라야 가는 줄 알겠어." 최근 모임에서 만난 친한 선배는 증권사에 다니는 남편이 산책을 나갈때도 고어텍스 재킷과 기능성 바지를 챙겨 입는다며 어이없어 했다.
한 대형건설사에 다니는 L차장은 초등학생 아들의 학부모 모임에 나갔다가 깜짝 놀랐다. 멤버 대부분이 전업 주부인데 하나같이 아웃도어 의류를 빼입고 있었기 때문. 한동안 골프웨어를 입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오랜만에 모임에 참석했더니 엄마들 사이 유행이 아웃도어로 싹 바뀌어 있었다. L차장은 "나만 빼고 모두 모여 등산이라도 다녀온 줄 알았다"며 "왕따 안당하려면 다음 모임엔 나도 아웃도어 한 벌 사입고 나가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대한민국 곳곳이 아웃도어 열풍이다. 등산이나 트레킹을 즐기는 산 주변이 아니라도 거리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일상복으로 '아웃도어 룩'을 연출한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는 지난 2006년 1조원대였던 아웃도어 시장이 지난해말 4조원대 시장으로 급성장한 배경이기도 하다.
아웃도어 열풍은 웃지 못할 사회 문제도 낳았다. 특정 브랜드의 제품 가격으로 청소년들을 분류한 계급도가 등장했는가 하면 아웃도어 재킷을 노린 청소년 폭력 사건이 잇따랐다. 돈 없는 부모에게 비싼 아웃도어 재킷을 사달라고 조르는 청소년들을 일컫는 '등골브레이커'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소비자 단체들은 아웃도어 제품의 특수 기능, 높은 가격 등을 문제삼고 나섰다. 해당 업체들이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에 나섰지만 아웃도어 기능·가격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물론 제품의 가격을 정하는 것은 기업의 권한이다. 하지만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높은 가격이 문제가 되지 않으려면 소비자들에게 그에 걸맞는 품질임을 인정받아야 한다.
소비자도 일상 생활이나 가벼운 트레킹에 고가의 고기능성 아웃도어 제품이 꼭 필요한 지 따져봐야 한다. '무조건 비싼 제품이 좋다'는 소비자의 인식이 달라져야 고가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아웃도어 업계 행태를 바로 잡을 수 있다. 시민단체들은 보다 전문적인 실험, 공정한 평가·분석을 내놔야 한다. '아니면 말고'식 실험이나 조사는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