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죽하면 공무원이 온도계를 들고 다니면서 단속하겠습니까. 하지만 가뜩이나 장사가 안 되는 더위에 단속이 나오는데도 문을 열어놓고 장사해야 하는 저희 심정도 정말 답답합니다."
서울 명동의 한 화장품 숍. 이 일대 가게들은 거리를 오가는 중국인과 일본인 관광객들에게 화장품 샘플을 나눠주고 매장으로 유도해 판매가 이뤄지는 독특한 시스템으로 영업한다. 당연히 출입문을 열어놓은 채 장사를 해야 한다. 이런 방식을 무시한 채 문을 닫고 영업을 해본 적도 있다. 외국인 관광객 매출에 직격탄을 맞았다. 요즘 명동 일대 화장품 숍들은 불황과 싸우랴, 무더위와 싸우랴 이중고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물건 대부분을 매장 밖에 내놓고 영업하는 남대문시장 상인들도 더위 때문에 분통이 터지기는 마찬가지다. 불볕 더위를 참다 못해 에어컨을 틀었다가 문을 설치하지 않으면 벌금을 물어야 한다는 지방자치단체의 경고를 떠올리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남대문시장의 한 상인은 "출입문이 없는 매장 특성상 에어컨을 함부로 틀면 단속에 걸리기 때문에 셔터 안에 유리문을 설치하려고 견적을 내보니 수 백 만원이 나왔다"며 "절전에 동참하고 싶어도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백화점이나 호텔 등 손님들이 실내온도에 민감해하는 업소들도 더위가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정부 주문대로 실내온도 26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고객들이 몰리는 백화점 행사장은 그야말로 찜통이다. 도심 백화점에서 근무하는 A씨는 "손님들이 많은 행사장에서 근무하다보면 오후에는 옷을 새로 갈아입어야 할 정도"라며 "종일 땀 속에서 일한다"고 했다.
전력이 어느 때보다 부족한 올 여름 에너지를 절약하자는 정부 메시지는 십분 이해한다. 최근 인도에서 벌어진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으로 6억명 이상이 암흑 속에서 지냈다는 외신은 더 이상 남의 일 같지 않다. 한국도 발전소 한 두 곳만 문제가 생겨도 블랙아웃 직전까지 갈 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계나 영업을 위해 문을 열어 놓거나 실내온도를 좀 더 낮춰야 하는 이해당사자들은 보다 본질적인 대책을 원한다. 한국은 이미 아열대기후로 진입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범정부 차원에서 매년 반복되는 이 전력과의 사투를 끝낼 해결책이 나오기를 서민들이 더 간절히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