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기획한 파운데이션 발라 보실래요?"

"남자가 기획한 파운데이션 발라 보실래요?"

민동훈 기자
2013.11.21 06:00

[피플]이주현 애경산업 화장품 브랜드매니저

이주현 애경산업 화장품 브랜드매니저
이주현 애경산업 화장품 브랜드매니저

"여성들은 자기가 선호하는 화장품 특성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제품개발 과정에서도 본인의 주관이 반영될 여지가 있지요. 반면 저는 남성이다 보니까 여성들이 놓칠 수 있었던 부분을 보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고 더 대중적인 제품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게 장점입니다."

애경산업 화장품부문 마케팅팀에서 여성 색조 화장품을 기획하고 있는 이주현(30) 브랜드매니저는 남성이다. 직업에 남녀 구분이 무의미해진지 오래지만, 여전히 화장품하면 '여성'의 전유물로 느껴지고 제품의 기획과 개발도 여성들이 도맡아 해 온 게 현실이라는 점에서 입사 초기부터 여성 화장품만 기획해온 그의 이력은 꽤나 독특했다.

이 매니저는 "여섯 살 때 등산을 하다 얼굴을 심하게 긁힌 적이 있는데 그때 이후로 부모님이 피부에 좋다는 화장품을 발라주셨다"며 "골프선수로 활동할 때도 선크림을 꼬박꼬박 바르는 등 어렸을 때부터 화장품에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화장품과 인연을 맺은 건 대학생 시절. 우연찮게 시작한 블로그 '에르네스토의 STAY ALERT'를 통해 남성 전용 화장품을 리뷰하기 시작하면서 부터다. 당시는 한국에서도 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자들을 뜻하는 '그루밍족(grooming族)'이 등장하던 시기다.

그는 '앤디스그루밍' 등 유명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구입한 다양한 남성 전용 상품을 소개했고, 그의 리뷰를 보기위해 찾아오는 네티즌은 매일 3000~5000명에 달했다.

이 매니저는 "블로그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화장품 용어들을 자연스럽게 알게 됐고 나중에 외국계 유명 화장품업체에서 대학생홍보대사를 하면서 '화장품 브랜드 마케터'를 꿈꾸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최근에 관심을 쏟고 있는 건 자신이 직접 기획해 얼마전 유명 홈쇼핑을 통해 판매를 시작한 'AGE 20's'다. 우연찮게 일본 출장에서 사온 비누를 만져보다 수분이 스며나오는 걸 보고 무릎을 쳤다.

여성들이 매일 사용하는 파운데이션에 에센스를 첨가하면 되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길로 애경 연구소를 찾아갔고 제품화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이렇게 탄생한 AGE 20's는 홈쇼핑에서 소위 대박을 쳤고 그는 회사로부터 '베스트 크리에이티브'상을 받았다.

이 매니저는 "AGE 20's는 지난 몇년간 애경의 대표 화장품 브랜드 '조성아 루나'를 담당하면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제가 스스로 기획하고 제품화해 히트한 첫 상품"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당분간 그루밍족 트렌드가 지속될 것으로 보면서도 남성전용 화장품시장 전망에 대해선 부정적으로 봤다. 거의 모든 여성들이 매일같이 화장품을 사용하는 것에 반해 남성들은 비정기적이고 특정계층에 한정돼 있어 구매력이 제한적이라는 게 이유다.

이 매니저는 "욕심 같아서는 제가 제일 잘 아는 남성 전용 화장품을 개발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시장이 뒷받침 되지 못하고 있다"며 "성별 구분없이 사용할 수 있는 안티에이징 제품이나 에센스 등이 대안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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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훈 기자

미래는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하는 가에 달려 있다. 머니투데이 정치부 더300에서 야당 반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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