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토종 SPA, '쿠아'의 실패를 뛰어넘어라

[기자수첩]토종 SPA, '쿠아'의 실패를 뛰어넘어라

안정준 기자
2014.03.05 06:00

2001년 한국형 SPA(제조·유통 일괄형 브랜드)를 표방하며 출범한 코오롱FnC의 SPA브랜드 '쿠아'가 최근 슬그머니 사업을 접었다. 엄청난 기세로 승승장구할 것처럼 보였지만 "가격부터 콘셉트까지 경쟁력을 잃었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쿠아의 사업 포기는 판매를 꾸준히 늘려갈 핵심 경쟁력은 갖추지 않은 채 글로벌 SPA의 빠른 신상품 교체 주기만 따라한 결과다. 뱁새가 황새를 흉내 내다가 사업을 송두리째 날린 최악의 상황을 자처한 셈이다.

사실 SPA는 대량생산을 무기로 자신들의 의도에 맞춰 저렴하고 신속하게 옷을 만들어줄 생산업체와 자신들의 패션 콘셉트에 따라 옷을 진열하고 판매할 수 있는 매장들을 강력하게 움켜줘야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러나 SPA를 표방하며 등장한 토종 브랜드는 SPA의 핵심요건인 '대량생산'은 물론 '대량유통'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다. 무늬만 SPA다.

숫자로 보면 SPA간 격차는 좀 더 명확해진다. 연 매출 23조원인 자라는 전 세계에 600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유니클로도 2200여개 매장에서 13조원 매출을 올리고 있다. 반면 토종 SPA 가운데 아직까지 연 매출 2000억원 이상을 올리는 브랜드는 전무하다. 50개 이상 매장을 운영하는 것도 벅찬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쿠아의 실패가 '토종 SPA'의 전부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토종 SPA 중에서도 1주에 한번 꼴로 신제품을 입고하는 에잇세컨즈나 유니클로보다 되레 20% 가격이 저렴한 스파오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들 브랜드도 경쟁력의 원천인 대량생산이 안되니 자칫 속으로는 골병이 들 수 있다.

그렇다고 지레 겁먹을 이유도 없다. 한국 SPA 시장은 이미 5조원을 바라볼 정도로 급성장중이다. 때문에 토종 SPA답게 마케팅을 철저히 하고 이를 통해 대량 판매가 가능하다면, 다시 대량생산이 확대되며 사업을 탄탄하게 가져갈 수 있다. 다행인 것은 '한국인 체형에 맞춘 토종 SPA'라는 마케팅 전략은 이제 빠르게 고객들에게 먹혀 들고 있다. 매년 100%이상 매출을 늘리는 품목이 나오는 것이 그 방증이다. 토종 SPA 관계자는 "대량 생산을 위한 불씨는 이미 당겨졌다"며 "1인당 매입액을 최대한 끌어올리며 쿠아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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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준 특파원

안녕하세요. 국제부 안정준 특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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