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명품을 만드는 숨은 조역자, 어떤 한국기업 있나?

글로벌 명품을 만드는 숨은 조역자, 어떤 한국기업 있나?

송지유 기자
2014.07.02 06:20

[창간기획-'K메이드'를 키우자]<5회 ①>시몬느부터 한세실업·영원무역까지 ODM 강국

[편집자주] 명품에 열광하는 대한민국. 하지만 연간 300조원에 달하는 세계 명품시장에서 한국은 전혀 매출이 없고, 철저히 소비만 하는 국가다. 명품의 본고장인 유럽은 물론 미국과 일본 등이 세계 명품 시장을 놓고 자국 브랜드로 맹활약하고 있지만 한국은 유독 명품 분야만큼은 힘을 쓰지 못한다. 한류가 전 세계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이제 한국형 명품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때다. 이에 세계 명품 산업을 주도하는 기업들을 찾아 그들이 명품이 된 노하우와 역사를 분석하고, 한국 패션기업들의 명품을 향한 고민들을 들어본다. 세계 명품시장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는 한국형 명품의 탄생을 위한 필요충분 조건들도 진단해본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는 세계 최초 가방 박물관 '백스테이지' 전경./사진제공=시몬느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는 세계 최초 가방 박물관 '백스테이지' 전경./사진제공=시몬느

'마이클코어스'와 '마크제이콥스', '코치', '토리버치', '도나카란뉴욕(DKNY)'은 전 세계 멋쟁이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은 미국의 핸드백 브랜드다. 20∼30대 젊은 여성들이 국내외 대형 쇼핑몰이나 아웃렛에 갈 때마다 반드시 매장을 찾는 인기 브랜드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들 브랜드 핸드백의 상당수를 정작 한국 기업이 만든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단순히 제품만 납품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핸드백 기획부터 디자인 개발까지 깊숙이 참여하고 있다.

핸드백 뿐 아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재킷 원단이나 샤넬·구찌의 핸드백 가죽 원단, 위블로 시계의 세라믹 부품도 한국 기업들의 작품이다. 한국의 의류 제조 수출 경쟁력은 이미 세계시장에서 정평이 나 있다.

◇글로벌 명품 핸드백·슈트·시계의 숨은 주역은 '한국'=세계 명품 핸드백 시장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회사가 있다. 한국기업 시몬느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베인앤컴퍼니가 발표한 '2013 글로벌 럭셔리 마켓' 집계에 따르면 시몬느의 세계 명품 핸드백 시장 점유율은 9%에 달한다. 미국 시장 점유율만 따지면 30%에 육박한다. 마이클코어스나 코치 외에 더 유명한 유럽의 고가 명품 브랜드와도 거래한다. 사실상 세계 최대 명품 핸드백 제조사인 셈이다.

각 브랜드의 주문대로 만들어 주는 것만은 아니다. 핸드백 소재 개발부터 제품 기획, 디자인 개발, 품질 관리까지 참여한다. 제조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60%,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40%를 만든다. 특히 마이클코어스와는 디자인부터 소재 선택, 국내 판매까지 시몬느가 도맡는다. 이민수 시몬느 전략기획실 부장은 "2015년에는 매출액 10억달러를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며 "핸드백 수출만으로 1조원 클럽에 가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명품 브랜드의 명성을 쌓는 숨은 주역은 또 있다. 제이에스화인텍스타일은 명품 슈트의 대명사인 조르지오 아르마니에 원단을 납품한다. 처음 거래를 트기 전 독특한 소재를 원하는 아르마니의 입맛에 딱 맞는 소재를 단 6개월만에 개발해 내 아르마니로부터 큰 신뢰를 쌓았다고 한다. 다니엘 파트루노 아르마니 사장이 직접 제이에스화인텍스타일을 찾아 장기 계약을 맺고 소재를 공동 개발할 정도다. 특허까지 받은 실크에 나일론을 혼방한 원단은 올 가을 아르마니 재킷의 주소재로 쓰일 예정이다.

가죽 소재를 생산하는 해성아이다는 샤넬과 루이비통, 구찌, 프라다 등 내로라하는 명품 브랜드에 핸드백 소재를 공급하고 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수 십 억원대 연구개발비를 과감히 투자해 첨단 고부가가치 가죽 원단인 'MC'를 만들었다. 이러자 콧대 높은 명품 브랜드들이 앞 다퉈 소재를 공급해달라며 문전성시를 이뤘다.

에코시계는 루이비통모엣헤네시(LVMH) 그룹에 속해 있는 스위스 시계 브랜드 위블로에 세라믹과 실리콘 등을 납품하고 있다. 위블로 시계 베젤(테두리)에 사용하는 소재들로 시계의 얼굴인 셈이다. 위블로 관계자들은 특수 신소재를 찾으려 전 세계를 돌아다녔지만 베젤 소재만큼은 한국 기업인 에코시계가 최고라는 결론을 내렸다. 에코시계는 지난 1월 박근혜 대통령이 스위스를 방문했을 당시 위블로와 세라믹 신소재 핵심 부품 개발협력 의향서를 맺고, 향후 10년간 5000만달러의 장기 계약도 체결했다.

◇의류 수출로만 1조 매출…한국 의류제조 경쟁력 정평=명품 브랜드는 아니지만 유니클로나 자라, H&M 등 글로벌 SPA(제조·유통 일괄형 의류) 3인방은 물론 나이키와 노스페이스, 랄프로렌, 아베크롬비앤피치, 갭, 아메리칸 이글 등 인기 패션브랜드 제품 생산에 절대적인 역할을 하는 것도 한국 기업들이다.

한세실업은 세계적인 속옷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은 물론 갭과도 20년 넘게 거래하고 있다. 2002년 '미국인 9명 중 1명은 한세실업 옷을 입는다'로 시작한 광고 문구가 2006년에는 '3명 중 1명'으로 바뀌었다. 한세실업 관계자는 "거래처와 생산물량이 늘어 이제는 3명 중 2명으로 바꿔도 된다"고 말했다. 영원무역은 전 세계시장에서 판매하는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 중 40%를 혼자서 만든다. 2002년부터는 코치 등에도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한세실업은 지난해 매출 1조2383억원, 영원무역은 1조1082억원으로 의류 수출로만 매출 1조원이 넘는다.

유호상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제조업을 노동집약적인 사양산업으로 치부해선 안된다"며 "아시아 전역에 생산기지를 건립하고 소재와 디자인 개발 능력까지 갖춘 한국의 핸드백·의류 제조회사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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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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