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브랜드를 론칭해 2020년까지 1000개의 유통망에서 6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겠다."
중견 패션업체 신원이 최근 중국 유통업체와 합작으로 중저가 남성 SPA(제조·유통 일괄화 의류) 브랜드를 출시한다며 내놓은 청사진이다. 중국에서 SPA 브랜드로 성과를 거둔 한국 패션업체가 없는 가운데 신원의 발표 내용에 대해 업계는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브랜드 출시 3년 만에 매출 6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주장은 신원 매출 규모를 감안하면 과도하다는 것이다.
신원은 지난해 9개 브랜드를 통틀어 607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국내에서 42년간 사업을 일궈온 결과물인 6000억원 규모의 매출을 모든 것이 생소한 중국에서 단일브랜드로 3년 만에 달성하겠다는 건 과장으로 밖에 볼 수 없다.
게다가 중국 측 합작 파트너인 ‘금응국제그룹‘ 주력 계열사이자 유일한 상장사인 ‘금응상무집단’의 지난해 매출은 우리 돈으로 약 2조8000억원이다. 그룹에서 백화점 유통 사업을 하는 ‘금응상무집단’이 실질적 합작 파트너인데 MOU 체결 후 중국 현지에 관련 내용을 공식 발표하지 않았다. 정식 계약 체결에 앞선 MOU 단계에서는 무리하게 사업 청사진을 내놓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매출목표 6000억원을 자세히 살펴보면 신원의 무리수가 더더욱 부각된다. 1000개 유통망에서 6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려면 매장 당 연간 6억원의 매출을 올려야 한다. 중국에 진출한 대다수 한국 패션브랜드 매출이 매장 당 3억원을 넘지 못한다. 1994년 중국에 진출해 45개 브랜드로 연간 2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이랜드도 매장당 연매출은 3억3000만원이다. 신원이 ‘롤모델’로 삼겠다는 중국 토종 중저가 브랜드 ‘GXG’ 매장 당 연간 매출도 2억원 수준이다. 그만큼 현지 브랜드간 경쟁이 치열하다는 증거다.
박성철 신원 회장은 현재 탈세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가족과 지인 명의로 주식을 보유해 증여세 등 수십 억 원을 탈세한 혐의다. 대규모 사업 청사진을 대외적으로 알리고 조직 내부 결속을 다져야 하는 박 회장의 다급한 사정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허세를 뺀 사업계획으로 승부 해야 하지 않을까? ‘믿음이 으뜸’이라는 사명(신원: 信元)을 되새겨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