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플랫폼? 치킨집?' 갈림길 선 편의점

[기자수첩]'플랫폼? 치킨집?' 갈림길 선 편의점

조철희 기자
2015.11.11 03:12

기자의 집 앞에는 2개의 편의점이 있다. 갈림길 양편에 마주 보고 있다. 서로 거리는 채 50m도 안 된다.

A 편의점은 30대 초반 연극배우 선후배가 2년 전 부산에서 상경, 동업으로 가맹해 운영하고 있다. 연극의 꿈 때문에 부업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어엿한 사업가다. 편의점 밖 매대를 연극무대처럼 색다르게 꾸며 눈길을 붙잡고, 단골들에게는 이름 있는 배우의 사인을 나눠 주며 나름의 'VIP 마케팅'도 펼친다.

이 편의점을 운영하는 경영주는 "개인적인 꿈을 포기하지 않고도 사업가가 될 수 있었다"며 "요즘은 연기할 때보다 편의점에서 사업성과를 낼 때 더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편의점이 청년들의 창업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한 사례다.

반면 건너편 B 편의점 경영주는 속앓이를 계속하고 있다. A 편의점을 비롯해 수년 사이 반경 1km 안에 5개의 편의점이 생겨났다. 그만큼 수입은 줄었다. 본부의 조언을 따라 봤지만 구조적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돌파구는 요원했다. 그는 "다른 곳처럼 우리도 빼빼로데이 물량을 가득 받아 놨지만 잘 팔 자신이 없다"며 "편의점 업계는 지금 경영주들을 앞세워 치킨게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점포 수가 3만개에 육박하고, 불황 속에서도 매출이 계속 급증하는 편의점 산업은 외형 성장만큼은 확실히 이뤄 냈다. 그러나 그 비즈니스 모델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창업 플랫폼이 될지, 아니면 전국 곳곳에서 출혈경쟁을 하는 치킨집처럼 될 지, 중요한 갈림길 앞에 서 있다.

비단 '창조경제'를 말하지 않더라도 편의점이 지속 성장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면서 건강한 창업 플랫폼이 되기를 누구나 바랄 것이다. 많은 이들이 '권리금 대박'을 노리는 투기가 아닌 합리적이고 일상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사업이 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본부의 일방적 관리로 획일화의 악순환에 빠지지 않고 개별 경영주들이 사업 역량을 발휘해 성과를 높일 수 있는 구조가 되기를 주문한다.

이를 위해 편의점 체인을 운영하는 대기업들은 이제 충분히 이뤄진 외형 확장이 아니라 각각의 점포가 경쟁력 있는 사업성을 가질 수 있도록, 또 경영주들이 고객들에게 더욱 향상된 가치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구조와 체질을 개선하는 데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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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철희 기자

안녕하세요. 혁신전략팀 조철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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