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면세점 선정, 심판에게도 스포츠 정신이 필요하다

[기자수첩]면세점 선정, 심판에게도 스포츠 정신이 필요하다

김소연 기자
2015.12.21 03:30

지난 11월20일 하루 일과 후 정보공개청구사이트를 열었다. 면세점 사업자 발표 후 일주일여, 관세청에 면세사업자들의 개별 심사점수를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일주일 새 수많은 기사가 쏟아졌다. 특히 졸지에 사업권을 빼앗겨 매장을 빼야 하는 롯데면세점과 SK워커힐면세점의 딱한 사정에 초점이 맞춰졌다. 5년 단위 시한부 면세점 허가에 대한 성찰과 비판도 잇따랐다.

처음엔 1년 후면 방을 빼야 하는 전세세입자로서의 개인적인 처지가 겹쳐 탈락자들에게 동병상련을 느꼈다. 여기가 무슨 공산주의 사회인가. 하루아침에 수천억 들인 사업장을 문 닫게 하다니. 억울하겠다 싶었다.

하지만 일주일이 흐르자 궁금해졌다. 정말 억울한 일일까. 유통업계 주변인에 불과한 내가 모르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전문가들이 어련히 잘했을까. 이런 생각이 확장되면서 궁금증을 참을 수 없게 됐다. 그러나 면세점 선정에 대한 세부 점수 공개를 요청한지 한 달여 만에 받은 답은 간단했다. '비공개.' 혹시나 했던 기대가 역시나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불투명한 면세점 선정 과정은 많은 뒷말을 낳는다. 선정, 탈락 이유를 모르니 추측할 수 밖에 없다. 이번 사태를 두고 실력보다 기업의 대관능력, 즉 상부기관에 찍히지 않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교훈(?)이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공정하고 엄격하게 심사한다는 관세청의 말은 머리 속에서 지워진지 오래다. 객관적이고 투명한 심사라면 점수표를 공개 못 할 이유가 없다. 납득할 수 없는 결과는 반발을 초래한다. 당장 이번 사태 후폭풍으로 면세점 5년 허가제가 도입 2년 만에 존폐위기다.

최근 기업은 채용면접에서 떨어진 응시생들에게 채점표를 공개하고 있다. 두 번 떨어지는 느낌이라 싫다는 사람도 있지만 반응은 대개 긍정적이다.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면 개선하려는 의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막연한 음모론, 금수저론을 들먹이며 패배 원인을 외부에서 찾다가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지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종합격투기 대회 TOP FC는 그래서 내년부터 채점표를 공개한다. 투명한 판정 시스템 공유와 심판위원단의 객관성 강화를 위해서다. 바탕엔 스포츠 정신이 깔려있다. '21세 쇼팽' 조성진도 그에게 '1점'을 준 심사위원이 누구인지 알고 있다.

면세사업자 선정 역시 명확한 심사원칙, 채점표의 투명한 공개가 필요하다. 내가 뭘 잘못했는지 알아야 패배를 받아들일 수 있다. 개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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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기자

증권부 김소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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