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의 '귀지'

[우보세]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의 '귀지'

오승주 기자
2016.06.02 03:55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최근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집무실이 위치한 롯데호텔 34층에서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신 총괄회장의 '귀지' 때문이다. 신 총괄회장이 귀지 때문에 다른 사람의 말귀를 잘 알아듣지 못한다고 판단해 귀지를 녹이기 위한 '전초작업'을 하고 서울의 한 종합병원 이비인후과로 옮겨 치료를 받게하려 했다.

그런데 막판에 사달이 났다. 병원으로 옮기기 직전에 신 총괄회장이 눈치챈 것. 신 총괄회장은 어디로 가는 지 되물었고, 병원으로 간다는 사실을 알게되자 크게 화를 냈다고 한다. 집무실은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지난해 경영권 분쟁이 시작된 이후 줄곧 지키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환자 취급 하는 것을 매우 싫어하는 신 총괄회장이 병원으로 데려간다는 것을 눈치채고 관계자들을 세워놓고 지팡이를 휘두르는 등 격노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해프닝으로 넘길 수 있는 사안이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 보면 웃어넘길만한 일은 아니다. '귀지 제거'가 신 총괄회장의 몸상태를 드러내는 단초가 될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2013년 5월과 6월에 걸쳐 '일본노인의 치매'에 대한 특집기사를 내보냈다. 특히 귀지와 치매노인의 연관성을 나타낸 기사를 게재해 일본 사회에서 화제가 됐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국립장수연구센터 조사를 인용, 귀지를 제거하면 인지 기능 개선 효과가 있어 치매 증상이 개선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보도했다.

연구센터는 치매 의심 노인환자 가운데 청력에 지장을 줄 만큼 큰 귀지가 있는 환자를 선정해 귀지를 제거하고 청력과 인지능력을 검사했다. 치매 의심 증상을 보인 환자 614명 가운데 5%가 새끼손가락보다 굵은 귀지가 발견돼 청력 손실을 일으키고 있었다.

조사 결과 귀지 제거 전에는 평균 44㏈(데시벨)까지 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환자들이 귀지 제거 이후 39㏈까지 들을 수 있었다. 44㏈는 일반적으로 도서관이나 조용한 주택가에서 나는 소음이다. 39㏈는 속삭이는 소리를 나타낸다. 5㏈이지만 속삭이는 소리 감별 유무의 차이가 있다.

인지능력테스트 점수도 평균 17점에서 귀지제거 1개월 이후 17.8점으로 향상됐다. 귀가 잘 들리면 뇌에 자극이 증가하고, 문장 이해력 등 인지능력이 전반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 당시 분석 결과다. 2015년 일본 나고야대학 의대 연구팀도 치매 환자 29명을 상대로 귀지 제거를 했는데, 청력뿐 아니라 인지기능이 높아지는 비슷한 결과를 내놨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은 현재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 지정여부를 위한 법원 판단을 진행 중이다. 정신감정 결과에 따라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희비가 엇갈린다. 성년후견인 지정이 이뤄지면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다. 이 경우 신 전 부회장측이 제시한 '신동빈 축출 위임장'은 무효가 될 가능성이 크다.

미묘한 시점에서 신 총괄회장의 귀지를 굳이 제거하려 했던 이유는 무얼까. 귀가 불편한 아버지에 대한 효심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신 총괄의 정신상태를 지금 잘 파악하고 있지도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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