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라면①]국내 라면 판매 지난해 3% 감소, 사상 첫 역신장…간편식 등에 밀려 시장침체

'응답하라1988'의 쌍문동 골목친구 5인방(덕선, 선우, 택, 정환, 동룡)은 택이네 집에 모여 곧잘 라면을 끓여 먹었다. 5인방의 아지트 같은 택이 방에서 냄비 가득히 라면을 끓여 놓고 투닥거리면서 먹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왔다.
30년이 지난 2018년 아이 엄마가 된 48세 덕선이는 어떨까. 대형마트에 장을 보러 간 덕선이는 라면 대신 간편하게 데워먹을 수 있는 즉석 국과 찌개를 카트에 담는다. 가족 건강을 생각하면 왠지 라면을 집어들기 망설어져서다. 친구들과 그렇게 즐겨 먹었던 라면은 이제 한 달에 한 번도 먹지 않는 것 같다. 아이들의 간식도 전자레인지로 데워먹을 수 있는 핫도그, 피자나 샌드위치를 내놓는다.
◇한국인의 매운 맛, 자리를 잃다=1일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라면 시장 매출은 2조976억원으로 전년대비 2.9% 줄었다. 2016년에 처음으로 2조원을 돌파하며 성장 재개를 기대했던 라면시장이 오히려 역신장한 것이다. 특히 시장의 60%를 차지하는 봉지라면 매출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봉지라면 매출은 1조3322억원으로 7.2% 줄었다.
HMR(가정간편식)이 보편화 되면서 라면을 대체하고 있다는 분석이 높다. 과거 3분카레 등 일부 레토르트 식품에 그쳤던 간편식이 밥, 국, 찌개 등 '집밥'을 대체할 정도로 성장하면서 집밥 대용식의 대명사였던 라면 수요를 잠식하고 있다. 2014년 1조5000억원이었던 HMR 시장은 지난해 3조원으로 2배 가량 커졌다.
최근 몇 년간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라면 시장 정체의 주 요인으로 꼽힌다. 라면은 간편하고 저렴하지만 건강하지 않은 식품이란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매년 등장해 기존 제품 매출 감소를 메워줬던 메가히트 신제품이 최근 흔치 않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취향이 다양화되고 수요가 분산되면서 큰 성공을 거두는 신제품 등장이 어려워지고 있다. 예컨대 2012년 '나가사키짬뽕'과 '꼬꼬면'이 등장하면서 탑10에 이름을 올렸고 2013년에는 '불닭볶음면'이 출시돼 삼양식품의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2015년 짜왕, 진짬뽕 등도 메가히트 신제품이지만 과거에 비해 파급력은 크지 않았다. 최근 2년 동안에는 탑10에 들어간 신제품이 아예 없었다.
◇프리미엄·컵라면·수출…탈출구 찾는 라면 업체=라면 업체들은 성장 정체 탈출구를 프리미엄 제품을 통한 단가 인상과 수출 확대에서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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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시장에서는 다양한 이색 신제품으로 '나가사키 짬뽕' '붉닭볶음면' 신화재연을 꿈꾸고 있다. 농심의 스파게티 토마토(컵라면), 드레싱누들, 오뚜기 진짜쫄면, 쇠고기미역국라면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신제품은 대부분 가격이 1200~1600원 대로 일반 국물라면에 비해 가격대가 높은 편이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라면업체들이 직접적인 가격 인상보다는 프리미엄급 신제품 출시를 통해 평균판매단가를 높이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이 커지고 있는 컵라면(용기면), 건면 제품 확대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1인가구 증가로 컵라면 매출이 점점 커지고 있고 기름에 튀긴 유탕면에 비해 건강한 이미지인 건면도 시장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컵라면 매출은 7654억원으로 5.6% 증가했다. 최근 2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10%에 달한다. 라면 업체들은 컵라면 유통 통로인 편의점 전용 제품 개발을 확대하거나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건면의 경우 지난해 1166억원으로 전년대비 25.2% 늘었다.
해외 수출이 늘고 있는 점은 유일한 위안거리다.농심(386,500원 ▼8,000 -2.03%),오뚜기(357,500원 ▼9,500 -2.59%),삼양식품(1,022,000원 ▼36,000 -3.4%)등 상위 3개사의 해외 매출이 지난해 9480억원으로 13.4% 늘었다. 각 업체들은 중국, 미국 등 일부 국가에 집중됐던 수출 지역을 동남아, 호주 등으로 다변화하고 현지 입맛에 맞는 신제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