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이트는 어떻게 '12캔에 만원'이 가능했을까

필라이트는 어떻게 '12캔에 만원'이 가능했을까

김은령 기자
2018.12.30 16:33

[식품사전]맥주는 아니지만...인기 커지는 발포주

'말도 안되지만 1만원에 12캔'이란 광고로 맥주 시장에 돌풍을 일으킨 필라이트. 출시 7개월만에 1억캔 판매를 돌파하고 그 후 6개월 뒤 2억캔, 또 3개월만에 3억캔(누적) 판매하며 메가히트 상품으로 등극했다. 기존 맥주에 비해서 '정말 말도 안되는 가격'인 점이 인기의 가장 큰 이유였다. 필라이트가 이와 같은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법적으로 맥주가 아니기 때문이다.

필라이트는 맥아 비율이 10% 미만인 발포주다. 정확히는 '기타주류'로 분류된다. 국내 주세법 상 맥주는 맥아, 홉, 물을 원료로 발효시켜 제성하거나 여과해 제상한 주류로 정의되며 주 원료인 맥아 비율이 10% 이상이어야 한다. 맥주 세율이 72%인데 비해 발포주를 포함한 기타주류는 세율이 30%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필라이트는 세금을 포함한 출고가가 레귤러 맥주 대비 40% 이상 낮다. 필라이트의 성공으로 맥주 점유율 1위인 오비맥주도 발포주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맥아는 싹을 틔운 보리 등 곡물로 홉, 물, 효모 등과 함께 맥주의 주 원료다.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롯데주류 등 주요 주류업체에서 내놓는 레귤러맥주(카스, 하이트, 피츠)는 대부분 맥아 비율이 70% 이상이다. 나머지는 보리, 전분 등 부재료로 채워진다. 맥스(하이트진로), 더프리미어오비(오비맥주), 클라우드(롯데주류)는 100% 맥아인 올몰트 맥주다.

국내 맥주업체들이 95%(출고량 기준)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했던 국내 맥주시장은 최근 2~3년새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수입맥주, 소규모 수제 맥주 등의 입지가 넓어지면서 시장 구도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 유리한 세금체계를 기반으로 다양한 맛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영향이다. 라거맥주가 대부분인 국내 맥주에 비해 에일맥주. 바이젠비어, 필스너 등 다양한 맥주 종류의 수입맥주, 수제맥주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3년 95% 수준이었던 국내 맥주 3사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82.8%로 뚝 떨어졌다. 반면 수입맥주 점유율(출하량)은 16.7%로 2013년 이후 연평균 37% 성장을 보이고 있다.

하이트진로가 발포주를 내놓으며 변화를 모색한 것도 이같은 위기의식을 반영한다. 세제 측면에서 발포주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발포주가 대중화된 일본은 시장에서 일반 맥주가 45%, 발포주 등 유사 맥주류가 55%를 차지한다. 맥주 대비 발포주 세금이 낮은 영향이 크다. 하지만 일본은 지난해 세법 개정으로 맥주와 발포주 세금체계를 일원화했다. 현재 맥아비율 50% 이상을 맥주로 분류하고 주세 22만엔(1㎘)이 적용되는데 비해 맥아비율이 50% 이하인 발포주는 17만8125엔이지만 순차적으로 조정돼 오는 2026년엔 1㎘당 15만5000엔으로 동일해 진다.

우리나라도 내년 주세율 개편이 예정돼 있다. 현재 출고가에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 체계에서 양이나 도수대비 양을 기준으로 하는 종량세로 변경할 가능성이 높다. 수입맥주가 신고가에 관세를 더한 금액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면서 제조원가, 판관비, 이윤 등을 포함한 원가가 과세표준인 국내 맥주에 비해 유리했다. 수제맥주 등 맥주업계를 중심으로 종량세 도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며 정부가 본격적으로 주세 체계 개편을 검토하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전반적인 주세 체계 변화가 예상된다. 발포주 등 유사 맥주 세제에 대한 조정도 포함될 지 주목된다.

하이트진로 필라이트
하이트진로 필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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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령 기자

머니투데이 증권부 김은령입니다. WM, 펀드 시장, 투자 상품 등을 주로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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