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르포] 규제가 낳은 新포식자 식자재마트③ 의무휴업일 경쟁 상대 없어 문전성시

"사고라도 났나, 차가 왜 이렇게 밀려."
지난 12일 오전 11시 경기도 의정부시 민락동 한 도로에 우회전 깜빡이를 켠 차량이 길게 늘어섰다. 한 식자재마트를 찾은 차량들이었다. 이 식자재마트는 1층 지상주차장, 2~3층 실내주차장, 4층 옥상주차장 등 일반 대형마트 수준의 큰 주차공간을 갖췄지만, 찾는 고객이 많아 주차 대란이 벌어졌다.
이 식자재마트를 찾은 신모씨(40)는 "매주 주말마다 차량이 길게 늘어선다"며 "오늘은 다른 대형마트들이 모두 쉬는 날이라 더 몰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식자재마트는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코스트코 의정부점과 맞닿아 위치해 있다. 주변엔 노브랜드 의정부민락1~2호점, 이마트 의정부점, 홈플러스 의정부점, 롯데마트 장암점 등도 위치한다. 내로라할 대형마트 사이에 출점했지만 주말마다 식자재마트 앞은 진입 차량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특히 매월 2차례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에는 주변 마트가 모두 휴점하고 이곳만 운영하기 때문에 더욱 붐빈다.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이었던 지난 12일, 이날도 해당 식자재마트는 "365일 연중무휴, 24시간 영업" 안내문을 붙인 채 성업 중이었다. 간신히 주차를 마치고 매장 안으로 들어서자 수 많은 고객들이 분주하게 장을 보고 있었다.
직원들은 "한돈 불고기 4근에 만원" "섬초 시금치가 100g에 398원, 최저가에 가져가세요" 등의 안내를 하며 쇼핑을 도왔다. 영세한 마트일 수록 물건을 많이 가져다놓을 수 없는 데다가,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반 대형마트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밀릴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는 편견에 불과했다. 특히 저렴한 상품이 많던 정육, 수산 코너에는 카트를 끄는 고객들로 가득해 이동이 어려울 정도였다.
상품을 대량 벌크 단위로 판매해 개인 고객들보단 사업자 고객이 대부분일 것이란 예상도 빗나갔다. 식자재마트는 본래 식당이나 소매점에 식자재를 저렴하게 판매하는 콘셉트를 가지고 있지만, 현재는 단순한 식자재에 국한하지 않고 전통시장과 일반 마트 판매 품목까지 두루 취급하고 있었다. 또 대부분의 상품은 일반 마트에서처럼 낱개 단위로 구매가 가능했다. 식자재마트 구석 한 켠에 고객들의 발길이 뜸한 곳이 있었는데, 구색 맞추기처럼 남아있는 '사업자 대상 대용량 판매 코너' 였다.

견과류, 건어물 코너에선 해당 식자재마트의 PB(private brand·자체 브랜드) 상품들까지 찾아볼 수 있었다. PB는 코스트코, 이마트 트레이더스,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가 주로 선보이는 것으로, 물량을 대량으로 구매해 원가를 절감한 뒤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상품군이다. PB 상품을 운영한다는 건 그만큼 고정 고객층이 수천~수만명에 이를 정도로 두텁다는 뜻이다.
고객들은 대형마트 대신 이 식자재마트를 찾은 이유에 대해 '편의성'을 꼽았다. 고객 이모씨(29)는 "대형마트는 이른 아침이나 늦은 밤에는 열지 않고, 의무휴업일도 있어 고려하고 찾아야하지만 이 식자재마트는 어느 때고 열려있어 편히 찾는다"고 말했다. 대형마트는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월 2회 휴무'와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금지' 규제를 받고 있는 반면 식자재마트는 이 같은 규제에서 벗어나있다. 이모씨는 또 "정부가 코로나19(COVID-19)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때마다 대형마트에선 사용이 불가했지만 이곳에선 사용할 수 있어서 더 찾았다"고 덧붙였다.

고객 허모씨(27)도 "다른 대형마트에 비해 서비스(주차, 배송, 반품 및 교환) 등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특별히 없고, 오히려 찾는 고객들이 더 많아서 상품이 더 저렴하고 더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아 이곳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통 규제에 따라 대형마트는 의무 휴업일이 아닌 날, 오전 10시 이후에만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반면 이 식자재마트는 365일 배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식자재마트 관계자는 "7만원 이상 의정부 전지역에 무료배송하고, 포천·양주·남양주 등 외곽지역에 10만원 이상 무료배송한다"며 "전화와 카카오톡 등으로도 오전 8시~오후 5시 배송 주문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