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국산우유 생존의 시간 3년

정부가 낙농가에 투입하는 세금은 매년 800억원이 넘는다. 소비자들은 비싼 우유값과 세금을 이중으로 부담하는 셈이다. 그런데도 가격 경쟁력을 잃고 국산우유 자급율이 하락하는 악순환 구조가 됐다. 우유 가격 상승과 보조금 규모 확대로는 2026년부터 발효되는 FTA에 따른 무관세 상황을 버티는 데 한계가 있다. 자칫 생태계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1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국산우유 지원 예산은 838억원이다. 낙농가에 지급하는 원유수급조절자금이 150억원, 유업체에 지원하는 가공원료유 지원금 167억원, 우유자조금 51억원 등에 368억원이 쓰인다. 학교 우유급식을 위해 470억원을 별도로 보조해준다.
유가공업에 지원하는 금액은 모두 농가로부터 원유를 구매하다가 생긴 적자를 일부 보전하는 것이다. 이는 유가공업체들이 우유사업부문에서 이익을 못 내기 때문이다. 지난해 음용유 수요는 170만톤이었지만 쿼터제로 인해 유업체는 203만4000톤을 매입해 남는 우유를 가공유로 썼다. 한 유업계 관계자는 "음용유 수요를 넘어선 원유는 분말로 만들어 가공유로 쓰는데 포대당 1만원에 생산해 5000~6000원꼴로 판매한다"고 말했다. 팔수록 손해인 셈이다. 남양유업은 연간 700억원대 적자를 냈다. 이 보전금은 유가공업체를 경유하지만 사실상 낙농가로 간다. 낙농가 1곳당 760만원, 학교급식같은 우회지원까지 포함하면 1740만원의 세금이 들어가는 셈이다.
반면 농가 소득은 한 곳당 2억원을 훌쩍 넘는다. 젖소 한마리당 평균소득은 지난해 기준 365만원이다. 통계청 기준 농가당 젖소 사육두수가 65.3마리인 점을 고려하면 농가 한곳당 2억3834만원을 번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기준 농가의 리터당 생산비는 843원이다. 1100원을 보장해 주면 영업이익률은 30%대에 달한다. 낙농업계의 입장은 다르다. 자본을 끌어와 농지를 구입하고 소를 사들여 농장을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소득치고는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낙농업계는 토지구매, 소 구입, 쿼터 구입 등에 20억원 정도의 자본이 필요하다고 본다. 소득도 감소세라는 것을 강조한다. 젖소 한마리당 평균소득은 2015년 394만원이었고 2020년 381만원을 거쳐 지난해 360만원대까지 낮아졌다는 것이다. 젖소 사육두수도 2020년엔 67.1마리였으니 지난해 농가당 1.8마리를 줄였다. 이를 반영한 지난해 농가 소득은 2020년 2억5565만원에 비해 약 6.7%(1730만원) 줄었다.

낙농가의 경쟁력은 악화일로다. 우유를 생산하는데 드는 비용이 상승하고 있는 게 가장 큰 요인이다. 낙농가의 리터당 생산비는 해마다 늘어 2016년 760원에서 지난해 843원으로 우상향 중이다. 특히 생산비 중 자본과 토지, 자가노동비를 뺀 경영비(사료값, 인건비, 시설비 등)는 올해 처음으로 리터당 700원을 넘어섰다. 이처럼 원가경쟁력이 떨어지다 보니 값싼 수입우유와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다. 지난해 우유 수입량은 251만2000톤으로 유업체가 사들인 원유보다 50만톤 가까이 많았다.
새로운 제도 아래서도 지금처럼 생산비를 모두 반영하면 원유가격은 상승할 수 밖에 없다. 정부도 이런 점을 고려해 원유가격을 결정하는 낙농진흥회 이사회를 생산자가 흔들지 못하도록 현행 15명에서 23명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늘어나는 인원은 소비자 2인을 포함해 학계·정부·전문가 등 8명이다. 지인배 동국대 식품산업관리학과 교수는 보고서를 통해 "특정 주체의 이사회 불참 시 이사회가 개의 조차 될 수 없는 구조"라며 "개의, 의사결정 등이 지연이나 무산되지 않도록 구성 인원을 주체별로 공평하게 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생산비연동제를 보완해 차등가격제를 실시하지만 임시방편일 뿐이라고 판단한다. 가격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채 3년 뒤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무관세가 되면 낙농가와 유가공업체 모두가 더 위기상황에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오경환 한국유가공협전무는 "쿼터제로 인해 유가공업체가 필요한 우유보다 많은양을 비싸게 샀다"며 "시장수급상황을 반영한 가격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