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맛있는 맥주는? '알고 먹는' 맥주입니다."
이예승 오비맥주 맥주문화교육팀장은 26일 오비맥주가 서울 용산구에서 진행한 비어 마스터 클래스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팀장은 "전 세계 맥주 브랜드는 2만개가 넘는다"며 "각각의 맥주가 어떤 음식과 어울리는지 맥주를 먼저 알고 먹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팀장에 따르면 짜고 기름진 음식이 많은 한국 음식은 라거 맥주와 어울린다. 한국에서 라거 맥주를 많이 찾는 이유다. 라거는 한국 맥주 시장에서 80%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며 굳건한 입지를 다져왔다. 국내 주요 주류 업체들의 주력 맥주도 라거가 대부분이다. 오비맥주의 카스, 하이트, 하이트진로의 테라, 켈리, 롯데칠성음료의 클라우드 등 라거의 비중이 높다.
라거가 한식과 잘 어울리는 이유는 탄산이 많아 음식의 기름기를 씻어내 주기 때문이다. 라거는 에일 맥주처럼 향이나 단맛을 내기보다 시원하고 톡 쏘는 탄산이 강하다. 이 팀장은 "탄산이 음식의 기름을 빨아들여 맥주의 액체와 함께 넘겨준다"고 말했다. 라거의 탄산이 음식의 기름기와 느끼함을 잡아주는 것이다.
청량하고 탄산감이 높은 라거의 탄생 배경을 알려면 맥주의 발효 과정을 살펴봐야 한다. 라거는 1~2주일간 발효해 만들어지는 에일 맥주와 달리 저온에서 한 달간 발효한다. 라거는 동굴에서 맥주를 오랜 기간 저장해 만든 것에서 시작됐다. 맥주를 동굴 안쪽에 보관하다 보니 긴 시간 발효돼 이전의 맥주와는 다른 맛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라거라는 단어가 저장하다는 뜻의 'lagern'에서 온 것이기도 하다.
이렇게 제조 과정에서 오래 발효하면 맥주의 최종 결과물에 당이 거의 안 남는다. 당분이 적은 맥주를 보통 라이트·드라이하다고 표현한다. 반면 에일은 짧은 시간 발효가 이뤄져 당감이 많이 남아 무겁고, 홉 향, 과일 향이 도드라진다. 라거는 에일과 같은 풍미는 옅은 대신 탄산이 많고 깔끔하다. 묵직한 느낌이 없어 어떠한 음식과도 잘 어울리는 맥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아메리칸 라이트 라거는 한국 라거의 대표 종류다. 18세기 미국에서 독일 이민자들이 만든 맥주로, 당시 보리가 비싸서 저렴한 쌀이나 옥수수를 섞어서 맥주를 만든 것이 시초다. 쌀과 옥수수를 섞었더니 맥주의 발효율이 높아지면서 당을 남김없이 발효하는 결과가 나왔다.
미국의 맥주 심사 자격 프로그램이라는 뜻의 BJCP라는 단체는 맥주와 잘 어울리는 음식을 고르는 세 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그중 한 가지가 '반대'다. 음식과 반대되는 맛과 향을 지닌 맥주를 추천한다. 무겁고 느끼한 음식을 먹을 때는 가볍고 청량한 맥주가 어울린다는 것이다. 이 팀장도 "치킨, 삼겹살, 곱창 등 기름진 음식과 술을 즐기는 한국 주류 문화에서 라거를 선호하게 된 이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