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M 분리 매각·41개 대형마트 점포 폐점..사실상 청산 수순 지적도
5000억 지원 약속 MBK 실제 지원은 800억대

최근 정부와 정치권이 쿠팡 고객정보 유출 사태 해결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대규모 실업 사태를 부를 '뇌관'인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대책 논의가 후순위로 밀렸다. 이런 가운데 홈플러스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이하 MBK)는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이 실패한 뒤 추가 자금 지원 없이 사실상 청산(파산) 절차에 준하는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5일 정치권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해 12월 29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형슈퍼마켓(SSM)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분리 매각 △대형마트 폐점 점포 수 15개에서 41개로 확대 △채무변제 및 인력 구조조정 등이 담긴 '구조혁신형 회생계획안'을 제출했다. 법원은 내일(6일까지) 각 채권단에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혀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홈플러스가 결국 청산 수순을 밟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계속기업 의지가 크다면 현재 외형과 매출 규모를 유지하면서 이익을 내는 구조로 바꿔야 하는데 구조혁신형 회생계획안은 기존 자산을 팔아 빚부터 정리하겠단 의미"라며 "MBK가 애초부터 회사를 살릴 의지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MBK는 기업회생 신청에 앞서 2024년에 이미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분리 매각을 추진한 바 있다. 당시 매각 대금은 약 5000억원대로 추정됐는데, 이후 경영난이 심화되면서 실제론 이보다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SSM 분리 매각이 성사되더라도 이 돈은 대형마트 사업을 살릴 신규 투자금이 아닌 근로자 임금과 세금, 회생계획 수행 비용 등 우선 변제 의무가 있는 공익채권 상환에 쓰일 전망이다. 홈플러스가 보유한 공익채권 규모는 지난해 10월말 기준 6000억원대로 알려졌다. 또 이번 구조조정 계획에 포함한 3000억원의 DIP 대출(회생절차 기업의 운영자금 대출로 일반 채권보다 우선 변제 의무)도 자금 성격상 신규 투자와 마케팅엔 쓰이지 못하는 청산 전 '버티기' 용도에 불과하단 지적이 나온다.
특히 MBK가 대형마트 추가 폐점 규모를 기존보다 2배 이상 늘린 건 유통업 본질인 '규모의 경제'를 포기했단 의미로 해석된다. 2024년 말 126개였던 홈플러스 점포 수는 지난해 15곳이 줄었다. 올해 들어서도 이달말까지 경기 시흥점·안산고잔점 등 5곳이 문을 닫을 예정이며 이를 포함해 연내 10~15개 매장이 폐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대로 된다면 홈플러스의 전국 점포수는 업계 2위인 롯데마트(112개)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점포 감소는 필연적으로 인력 감축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매년 800여명 수준인 고령의 캐셔 인력 자연감소분 외에도 사무관리직 등의 추가 감원이 불가피하단 얘기다. 이 때문에 일부 구조조정에 동의했던 회사 노동조합도 이번 회생계획안에 대해선 반발하고 나섰다.
MBK가 홈플러스 회생 과정에서 제대로 된 책임을 이행했는지 여부도 논란거리다. MBK측은 당초 운영자금 지원과 DIP대출 담보 제공, 신규 인수자 자금 지원 등 총 5000억원의 현금성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홈플러스 투입된 자금 규모는 800억원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MBK가 신규 인수자 자금 지원 대신 M&A 이전에 직접 출자해 운영비를 지원해도 SSM 분리 매각은 추진할 필요가 없단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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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노조측은 "진정한 회생 대안은 대주주 직접 출자 및 무이자 대출이 우선"이라며 "SSM 분리 매각을 중단하고 계속기업 가치 중심으로 회생계획안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홈플러스의 자금난도 가중되고 있다. 회사측은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기존 공익채권 규모를 고려하면 매월 500억~800억원대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선 정부와 정치권이 홈플러스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대형마트와 SSM에 집중된 영업시간 제한 등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을 검토해야 한단 목소리를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