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복계의 두쫀쿠"…롯데百, 공급과잉에도 매출·상생 다 잡았다[히든카드M]

"전복계의 두쫀쿠"…롯데百, 공급과잉에도 매출·상생 다 잡았다[히든카드M]

완도(전남)=유예림 기자
2026.02.10 15:32
[편집자주] 눈만 뜨면 맞닥뜨리는 '의식주'가 산업과 맞물려 돌아가면서 차별화된 '라이프(삶과 일상)' 스타일과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관련 기업들도 밀려드는 경쟁의 파고를 넘고 미래 성장을 담보할 '히든카드'를 쥐기 위해 '시그니처' 공간과 상품 등을 쉴새없이 내놓고 있다. 머니투데이(M)가 이런 기업들의 드러나지 않은 스토리를 깊숙이 들여다봤다.
전남 완도 죽청항의 전복 가두리 양식장에서 크레인으로 전복 셸터를 끌어올리고 있다. 전복은 셸터 안에서 미역을 먹고 성인 남성 손바닥의 절반 크기로 자란 모습이었다./사진=유예림 기자
전남 완도 죽청항의 전복 가두리 양식장에서 크레인으로 전복 셸터를 끌어올리고 있다. 전복은 셸터 안에서 미역을 먹고 성인 남성 손바닥의 절반 크기로 자란 모습이었다./사진=유예림 기자

지난 4일 오전 11시 전남 완도 죽청항. 20평대의 작은 바지선을 타고 바다로 10분정도 나가니 전복 가두리 양식장이 나타났다. 한칸에 가로·세로 1m가 조금 넘는 길이의 정사각형 가두리 124칸이 바다 위에 거대한 바둑판을 연상케 했다.

어민 차우씨는 크레인으로 수심 약 3m 속에서 전복이 살아 숨 쉬고 있는 셸터(보호 설비)를 끌어올렸다. 성인 남성 손바닥의 절반 정도로 자란 전복들이 크레인에 의해 수면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전복은 해조류가 실타래처럼 얽힌 셸터 안에서 미역을 먹고 자란다고 했다.

가두리 1칸 속에 전복 800~1200마리를 양식한다. 이를 1~3년정도 키워서 출하한다. 차씨는 "손톱보다 작은 크기의 전복을 1년 정도 육상에서 키운 뒤 양식장에 넣고 또 몇 년을 키운다"며 "이 과정에서 온전하게 출하할 수 있는 전복은 5%가 채 안 된다"고 설명했다.

전복 출하량과 가격 동향/그래픽=이지혜
전복 출하량과 가격 동향/그래픽=이지혜

낮은 생산성보다 심각한건 가격이다. 10년만에 반토막이 됐다. 국내에 전복 양식장이 늘어나면서 생산량이 증가해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에 따르면 2015년 전국 전복 출하량은 1만494톤에서 지난해 2만7177톤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산지 가격은 4만333원에서 1만8870원으로 떨어졌다. 가격 하락은 어가의 경영 부담으로 이어진다. 전복 양식 어가의 대출 규모 평균은 1억2000만원인데 이는 전국 어가의 부채 평균 7083만원보다 1.6배 많은 수준이다.

완도 전복 어가와 롯데백화점은 든든한 동맹관계다. 지난해 롯데백화점은 완도 어가로부터 전복을 공수받는 향토기업 '완도보이'와 협업해 성과를 냈다. 당일 잡은 전복을 산지 직송으로 손질의 번거로움을 없앤 제품이 인기를 끌었다. 완도보이 팝업을 연 강남점에선 지하철 한티역까지 대기줄이 이어졌고 부산점에서는 일주일간 1억원의 매출이 나왔다. 하루 한정 수량 300kg이 매일 완판되면서 30톤을 물량을 모두 소화했다. 롯데백화점의 전복 매출은 전년 대비 60% 늘었다.

전남 완도 죽청항의 전복 가두리 양식장. 크레인으로 전복 셸터를 끌어올리자 미역을 먹고 성인 남성 손바닥의 절반 크기로 자란 전복을 볼 수 있었다./사진=유예림 기자
전남 완도 죽청항의 전복 가두리 양식장. 크레인으로 전복 셸터를 끌어올리자 미역을 먹고 성인 남성 손바닥의 절반 크기로 자란 전복을 볼 수 있었다./사진=유예림 기자

유장영 완도보이 대표는 "완도 전복을 전국 곳곳에서 선보일 수 있도록 롯데백화점에서 판로를 마련해줬다"며 "먹고 싶어도 구매가 어려워 '전복계의 두쫀쿠(두바이쫀득쿠키)'라는 별칭도 생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복 공급 과잉으로 부담이 쌓인 어민들에 상당한 도움이 됐다"며 "생산자, 유통업자에게 새로운 시장을 열어준 것"이라고 했다.

롯데백화점은 올해도 협업을 이어간다. 예정된 팝업은 20여개다. 이번 설에는 특대형 전복을 묶은 프리미엄 선물세트를 기획했다. 업계 첫 특별포장공법을 적용해 신선함을 유지하도록 공을 들였다. 일반 포장 전복보다 신선도를 2~5배 높게 유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롯데백화점 강남점에서 완도보이의 팝업이 열리고 있는 모습./사진제공=롯데백화점
지난해 롯데백화점 강남점에서 완도보이의 팝업이 열리고 있는 모습./사진제공=롯데백화점

완도 어가와의 상생 강화 차원에서 이르면 4월 완도군과 업무협약도 맺는다. 김, 미역 등 다른 특산품으로 영역을 넓히는 내용이다. 전복 제품도 다양화한다. 활전복, 손질전복 등을 앞세워 자체 식료품 브랜드 '레피세리(L'epicerie)'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우석 수산담당 바이어는 "일반 채널에선 만날 수 없는 최상급 전복으로 고객에겐 백화점의 희소성을, 어가에는 판로를 열어주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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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예림 기자

안녕하세요. 산업2부 유예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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