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에도 불황에도 "운반비 올려줘"…레미콘업 "팔수록 손해" 울상

호황에도 불황에도 "운반비 올려줘"…레미콘업 "팔수록 손해" 울상

이병권 기자
2026.03.24 09:00
최근 6개년 연도별 레미콘 운반단가 현황/그래픽=윤선정
최근 6개년 연도별 레미콘 운반단가 현황/그래픽=윤선정

건설경기 침체로 수요가 급감한 레미콘 업계가 단가 인하와 유가 상승, 운반비 인상 압박까지 겹친 복합 위기를 맞았다. 특히 오는 4~6월 본격적인 운반비 협상 시즌에 들어서면서 협상 결과에 따라 부담은 한층 커질 전망이다.

24일 레미콘업계에 따르면 믹서트럭 운송사업자와의 운반비 협상이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매년 협상 과정에서 운송사업자들은 약 10% 이상 인상을 요구하고 업계는 동결을 희망해왔지만 결국 인상으로 귀결되는 흐름이 이어져온 만큼 올해도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운반비는 레미콘 산업에서 핵심 비용 요인이다. 제품 특성상 생산 후 약 90분 이내 현장 타설이 필요해 믹서트럭을 통한 운송은 필수적이다. 전체 원가의 약 20% 안팎을 차지하는 만큼 운반비 변동은 곧바로 수익성에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업황과 무관하게 운반비가 매년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배경에는 구조적인 요인이 있다. 믹서트럭은 건설기계 수급조절제도에 따라 신규 사업자 진입과 증차가 제한돼 공급이 통제된다. 운송사업자 간 경쟁이 사실상 작동하지 않으면서 운송사업자들은 파업 등으로 협상력에서 우위를 점했다.

실제 건설경기 호황기였던 2021년에서 2022년 사이에는 수요 증가와 유가 상승이 겹치며 운반비가 약 13.9%(5만5349원→6만3049원) 상승했다. 이후 업황이 둔화된 최근에도 인상 흐름이 이어지면서 업계에서는 "불황에도 인상 요구를 관철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불만이 나온다.

장기적으로 봐도 운반비 상승세는 가팔랐다. 수도권 기준 운반비는 2009년 회전당 3만원 수준에서 최근 7만5000원대까지 올라 약 150% 증가했다. 같은 기간 레미콘 가격이 5만원대에서 9만원대로 약 60% 상승하는 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상승 속도가 훨씬 빠르다. 운반비 부담이 구조적으로 누적된 셈이다.

최근에는 가격과 비용의 방향마저 엇갈리면서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해 협정단가 협상에서 건설경기 침체 영향을 반영해 레미콘 가격이 10여 년 만에 인하된 반면 운반비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업계는 "가격은 내려가고 비용은 오르는 구조가 현실화됐다"고 지적했다.

올해 협상에서는 유가가 핵심 변수다. 중동 정세 불안이 겹치면서 이달 초 리터(ℓ)당 1600원 수준이던 경유 가격은 최근 1900원대로 오르며 20% 이상 상승했다. 국내 레미콘 산업은 믹서트럭 유류비를 제조사가 부담하거나 운반비에 연동해 지급하는 구조여서 유가 상승은 곧바로 원가 증가로 이어진다.

여기에 수요 부진으로 업황 회복 자체도 불투명하다. 지난해 국내 레미콘 출하량은 약 9300만㎥로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당시(9600만㎥)보다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고 가동률은 14%대로 하락하며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도 뚜렷한 반등 신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레미콘업계는 수요 감소와 가격 하락, 운반비와 유가 상승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사실상 '사면초가'에 몰렸다고 토로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출하량은 줄고 단가는 깎인 상황에서 유류비와 운반비까지 오르면 팔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가 더 심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병권 기자

머니투데이 금융부를 거쳐 지금은 산업2부를 출입하고 있습니다. 우리 생활과 가까운 기업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제보는 [email protected]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