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이 홈플러스 회생절차를 폐지하며 제시한 마지막 자금 조달 시한이 2주도 채 남지 않았지만, 정상화의 열쇠를 쥔 MBK파트너스(이하 MBK)와 최대 채권자 메리츠금융그룹(이하 메리츠)은 여전히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양측이 협상없이 끝까지 책임 공방만 할 경우 홈플러스는 파산 절차를 밟게 된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서울회생법원이 홈플러스 회생절차 폐지 결정 이후 양측의 협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추후 예정된 접촉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이 정한 시한이 하루하루 줄고 있지만 협상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이들 회사의 입장 차는 법원의 폐지 결정문에도 드러났다. 법원 결정 이후에도 양측은 각각 입장문을 내고 책임 공방을 이어갔다. 결정문을 살펴보면 MBK는 메리츠가 2000억원 규모 DIP를 지원하면 MBK와 김병주 회장이 그중 1000억원에 대해 연대보증을 할 의사가 있다고 법원에 밝혔다.
이에 대해 메리츠는 애초에 2000억원이 아니라 1000억원을 제안했다고 반박했다. 1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에스크로 계좌에 예치했고, MBK가 주장하는 연대보증 계획도 사전에 협의하거나 통보받은 적이 없다고 맞섰다.
업계에선 양측이 쉽게 접점을 찾기 어려운 구조라고 본다. MBK는 추가 투자와 채무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메리츠는 채권 회수와 담보권 보호를 우선시하고 있다. 메리츠 입장에선 신규 자금을 투입할 유인이 크지 않고 MBK는 자체 현금 여력이 부족해 메리츠 요구를 수용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또 메리츠가 추가 자금을 지원하더라도 정상화에 힘을 보태는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신규 자금을 투입하더라도 밀린 직원 임금과 협력사 미지급 대금 등에 우선 쓸 가능성이 높은 만큼 기업 정상화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결국 메리츠가 회수 가능성이 낮은 자금을 투입할 유인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법원이 2주라는 짧은 시간을 제시한 것도 협상이 길어질수록 홈플러스의 기업가치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본다. 시간이 흐를수록 영업 불확실성은 커지고 협력사와 직원 이탈, 임금과 납품대금 정산 지연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기업 정상화는 더 어려워지고 소비자 신뢰 회복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법원이 제시한 시간은 길지 않은데 양측 모두 기존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며 "자금 조달과 이해관계자 간 합의가 지연될수록 기업 가치는 더 떨어지고 결국 피해는 직원과 협력업체 소상공인 등 이해관계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홈플러스를 정상화할 수 있는 골든타임도 줄어들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