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주요 대형마트가 연말 대규모 할인행사 준비에 나선 가운데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는 회생을 위한 마지막 대목 기회를 흘려보낼 위기에 처했다. 매출 부진과 자금난으로 상품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다. M&A(인수합병) 외에는 마땅한 해법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한글날 연휴를 맞아 14일까지 진행하는 특가전 이후 추가 대규모 할인행사 계획을 확정하지 못했다. 통상 대형마트가 대규모 할인행사를 준비하는 데 짧게는 1개월에서 길게는 3개월가량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4분기 행사 준비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준비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전단행사 역시 지속 여부가 불투명하다.
가장 큰 요인은 자금난이다. 홈플러스는 2000억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DIP)을 바탕으로 영업을 재개했지만 매출이 기대만큼 회복되지 않으면서 자금 사정이 악화하고 있다. 이달 초 홈플러스 매출은 목표치의 30% 수준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상품 조달에도 어려움이 커졌다. 당초 홈플러스는 여신 거래를 통해 재고를 늘리고 매출을 확대할 계획이었지만 현재 선지급과 현금거래 위주로 상품을 공급받고 있다. 통상 대형마트를 비롯한 유통사는 매출담보 채권 등 신용거래를 통해 상품을 공급받는데,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하기 직전 5000억원이 넘는 상거래 채권을 갚지 못한 홈플러스는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신용거래 구조가 복원되지 못하면 유통사는 상품을 확보할 때마다 현금이 필요해 제때 적정 물량을 납품받기 어렵고, 매출 회복도 더뎌진다. 영업 중단 직전 홈플러스 주요 점포 매대가 비었거나 저가 PB(자체 브랜드) 상품만 채워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4분기 대응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4분기는 블랙프라이데이와 광군제, 연말 쇼핑 수요가 몰리는 유통업계 대목이다. 대형마트들은 이 시기 대규모 할인행사를 통해 고객 확보에 나선다. 경쟁사인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각각 '고래잇 페스타'와 '통큰데이'를 중심으로 4분기 할인행사 준비에 돌입했다. 앞서 홈플러스는 추석기간 명절 선물세트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명절 특수를 누리지 못했다.
DIP 추가 수혈도 녹록지 않다.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도 추가 DIP 지원은 불가하단 입장이다. MBK파트너스도 지난달 2조5000억원 규모 주식 무상소각 등을 통해 사실상 최대주주 지위를 포기한 데다, 김병주 MBK 회장의 개인보증으로 운영비를 지원했기 때문에 추가 자금 투입엔 난색을 보인다. 홈플러스 공동 대표를 맡았던 김광일 MBK 부회장도 최근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주연 홈플러스 대표는 지난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궁극적으로 인수합병(M&A)이 진행돼야 지금의 사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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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M&A가 실패하면 점포 분할매각 등을 통해 사실상 청산 수순을 밟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대량 실업이 현실화하면 이 문제가 다시 정치 쟁점화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