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씁쓸한 화제의 중심에 강용석 의원이 있다. 강 의원이 여자 아나운서를 성적으로 비하하는 발언을 하여 1, 2심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정도로 국민들이 이해하고 있는 이번 사건은 명예훼손-무고-(집단)모욕죄가 서로 엉켜있다.
그 송사의 시작은 강 의원이 그러한 발언 사실 자체를 부정하면서 그 내용을 보도한 기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것이다. 이에 그 기자가 무고죄로 맞고소를 하였고 다시 아나운서 78명이 강 의원을 모욕죄로 고소했다. 아직까지 강 의원이 다시 이 아나운서들을 무고죄로 고소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사실관계의 핵심 쟁점은 "다 줘야 한다"는 발언의 존재 유무이다. 당시 현장의 학생들중 3명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했고 나머지 3명은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라고 들었다고 진술했다. 이에 아나운서들은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는 말도 상당히 모욕적이라고 반박했다고 한다. 그러나 설령 "다 줘야 한다" 말을 실제로 했다고 하더라도 법원의 판단처럼 (이상하게) 연상할 소지가 충분한지는 의문이다. 말이란 원래 '애매한' 것이다. 유죄를 선고하기 위해서는 범죄 사실이 '여하한 합리적인 의심이 없이'(beyond reasonable doubt) 증명되어야 한다. 이러한 기준을 따를 경우 세인들의 음흉한 연상과는 다르게 그 말이 방송국에 대한 충성이나 상사에 대한 순종의 의미일 수도 있다.
'명예훼손죄'가 어떤 사실을 적시(摘示)하여 다른 사람의 명예훼손 즉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것이라면 '모욕죄'는 그러한 사실의 적시 없이 타인에 대한 경멸의 표현으로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모욕죄'의 구성요건 자체가 애매하여 우선 '모욕'이라는 행위가 과연 구체적으로 무엇인지가 논란이 되어 왔다. 몇 년 전 대법원은 "부모가 그러니 자식이 그 모양이다"와 같은 표현으로 기분이 상했다고 하더라도 그 내용이 애매하여 그것만으로 곧 모욕죄가 성립하지는 않는다고 판결한바 있다. 또한 과연 어떤 집단에 대해서도 모욕죄가 성립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성립이 가능하다면 그 집단을 어떻게 특정할 수 있지도 애매하다. 사실 강 의원 사건 판결이 집단모욕죄가 인정된 최초의 사례이다.
그렇다면 '의심스러운 경우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원칙에 따라 강 의원의 무죄가 마땅한가? 문제는 강 의원의 고소이다. 모욕죄가 인정되지 않으면 사실상 그 기자가 강 의원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 되지 않는가. 법원도 강 의원이 "경위를 해명하거나 발언 사실을 부인할 수는 있지만 '기자가 허위보도를 했다'며 무고죄로 고소까지 한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며 무고죄에 대해서도 유죄를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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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강 의원이 다시 국회의원을 풍자한 개그맨 최효종씨를 국회의원 집단에 대한 모욕죄로 고소했다. 강 의원은 국회의원을 풍자한 최씨를 국회의원 모욕죄로 고소할 경우 그 죄의 성립이 말이 되지 않는 것처럼 자신의 (집단)모욕죄가 성립한다는 판결도 무리라는 취지의 글을 블로그에 남겼다. 요컨대 최씨에 대한 고소장이 강의원의 상고심 준비서면인 것이다.
최씨가 "국회의원이 되기 어렵지 않아요. 집권여당의 수뇌부와 친해져서 공천을 받아 여당의 텃밭에서 출마를 하면 되요"라고 풍자했다니까 형평적 차원에서 야당 의원들을 다음과 같이 풍자해 보면 어떨까? "야당 의원하기 어렵지 않아요. 무조건 반대만 하고 해머와 쇠사슬을 준비하여 이따금 단상을 점거하면 되요. 힘이 달리면 국민들에게 5만 명만 촛불을 들고 국회를 포위해달라고 호소하면 돼요."
곧 서로 화해하는 연말이다. 강 의원은 아나운서들에게 사과하고 모든 고소가 취하되며 최씨는 더욱 국민들을 웃겨주기 바란다.